11:2-16
주 안에서 남자와 여자

신대현 목사

새벽말씀 11:2~16 자기에게 부끄러움이 되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

남녀의 구별 문제를 교회의 규례 안에서 생각하라

이 말씀은 언뜻 보기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머리는 무엇이고 머리에 쓰는 것은 무엇입니까?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것입니까? 동등하다는 것입니까?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두 가지 사실이 분명히 전제되어야 합니다. 첫째, 본문의 규례가 교회의 규례를 말하고 있는 점입니다, “변론하려는 태도를 가진 자가 있을지라도 우리[=사도들]에게나 하나님의 모든 교회에는 이런 규례가 없느니라”(16절). 지난 세기 동안 남녀동등의 문제는 서구 사회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변혁 일어날 때마다 일선에서 제기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여성의 지위는 지속적으로 향상되었고, 교회는 세태를 따라서 자체 문화를 바꿔왔습니다. 물론 교회가 앞장서서 여성의 권위 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경우라도 교회는 교회 안과 세상의 ‘구별’을 두지 않고, ‘여성의 지위 향상’이라는 쟁점 자체만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다루는 문제는 절대적으로 ‘교회의 규례’입니다. 세상은 남자와 여자의 ‘역할’마저 동등하게 규정해 가려는 추세지만 누구라도 그러한 세태를 등에 업고 교회의 질서에 대해 ‘변론하는 태도’를 가질 수 없으며(16절), 교회는 ‘교회의 규례에 따라’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규정해야 하며, 또 이것이 결국은 세상이 따라와야 할 궁극적인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 전제될 사실은 여기서 다루는 구체적 내용이 그 당시 유전(遺傳;=전통)이란 점입니다. 머리에 무엇을 쓰는 문제는 오늘날 더 이상 주요 쟁점이 될 수 없습니다. 대신 그에 상응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점은 머리에 무엇을 쓰는 문제 배후에 있는 ‘원리’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이 원리를 발견할 때 비로소 ‘교회의 규례’가 어떠해야 하는 지도 규정할 수 있습니다.

남녀의 역할 구분

“그러나 나는 너희가 알기를 원하노니 각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는 말은 이 원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여 보여줍니다(3절). 여기에는 교회의 질서 안에 세워진 ‘권세’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심지어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관계도 ‘교회’ 안에서 ‘권세의 질서’ 가운데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서열상의 차이가 아니라 ‘역할의 구별’입니다. 그렇다면 남녀의 권세 구분도 내가 높으니 네가 높으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워 가시기 위해 남녀에게 부여하신 ‘역할’로 인해 생겨났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같이 남자도 여자로 말미암아 났으나”(12절a)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모든 것이 하나님에게서 났다”(12절b)는 사실까지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다뤄야 할 쟁점이 더 이상 남녀의 동등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난 남녀로서의 각자의 역할’이란 사실을 깨닫습니다.

먼저 남녀 관계를 생각하기 전에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는 말속에 담긴 의미를 새겨보고 싶습니다. 하나님과 그리스도는 이 관계에서 서로의 역할을 어떻게 보여주고 계십니까? 그리스도는 분명히 하나님에게서 나오셨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끝까지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십니다.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에게서 나오신 것은 하나님의 섭리와 지혜를 따라 된 일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셨습니다. 그 진행에서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사랑하시며 보호하시되 심지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시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실 때 하나님의 권세를 처음으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셨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마 4,4). 그 후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뜻을 행하시는 일을 양식으로 삼으시기까지 하나님과 하나 되어 움직이셨습니다(요 4:34). 이 모델은 ‘교회의 질서 가운데’ 남녀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서 교회라고 할 때 교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남자를 가정의 인도자로 세우셨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위하여 지음 받은 존재가 아니라 여자가 지어지기 이전에 창조되었고,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갈 기본 단위인 ‘가정’을 이끌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여자는 남자를 위하여 지음을 받은 존재’(9절)로서 남자를 도와 교회를 세워갈 조력자로 창조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주 안에”라는 대 전제가 있는 이상, 다시 말해서 지금처럼 파괴되어 가는 세상 질서에서가 아니라 교회를 세워 가실 뜻을 가지고 이 세상의 질서를 창조하셨던 하나님의 세계가 전제되어 있는 이상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합니다”(11절). 주 안에서 남녀는 더 이상 독립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세상은 남녀의 동등함을 얘기할 때 다분히 독립적인 존재로서 남녀의 동등을 얘기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주 안에서’라는 대 전제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 남녀는 각자의 구별을 ‘주 안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성경이 여자의 경우를 부각시켜 이 질서를 가르치고 있는 것은 남자보다 더 부담스러운 짐을 여인에게 지우고 의무를 과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칫 하나님의 메시지를 오해할 때 가장 피해의식을 느낄 수 있는 자가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오해가 생긴다 해도 권세 문제는 교회 질서에서 변론의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이러므로 여자는 천사들을 인하여 권세 아래 있는 표를 그 머리 위에 둘지니라”(10절).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삼가 이 소자 중에 하나도 업신여기지 말라 너희에게 말하노니 저희 천사들이 하늘에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항상 뵈옵느니라”(마 18:10). 여자가 남편의 권세 아래 있음을 나타내는 표를 해야 함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 여인을 수종드는 천사가 하나님의 얼굴을 뵙고 그 여인이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 질서’를 따르고 있음을 알릴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님께서 남녀가 자기의 역할을 바르게 감당하고 있는 지 살피심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질서를 따르는 남녀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보이신 모델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남자는 자기 생각이 아닌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으로 뜻을 세워 가정을 이끌고, 아내는 조력하며, 그래서 서로가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는 남자의 ‘인도’는 권세의 남용이요 횡포입니다. 여인의 조력은 아무 생각 없는 맹종이 아닙니다. 하와가 아담을 떠나 사단의 말에 귀를 기울였을 때를 생각하면 ‘조력’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조금 다른 각도에서 남녀의 구별의 문제가 언급됩니다(14-15절). 이것은 ‘본성’에 따르는 남녀의 차이입니다. 이 본성은 문화보다 앞선다. 왜냐하면 본성이 선행된 결과로써 남녀의 구별된 문화가 있는 것이 이제까지 인류 역사가 보여준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성을 섞는 문화를 너무 쉽게 만듭니다. 서구에서 동성애를 인정하는 추세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에 따라 파생되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가히 파괴적입니다. 성의 가치가 파괴되고, 가정이 파괴되며, 남녀 역할이 파괴되고, 궁극적으로 사회가 파괴됩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을 창조하실 때 교회의 기초로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신 사실은 남녀 역할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선행되어야 함을 가르쳐줍니다. 이러한 역할 분담 위에 세워진 가정이 교회의 초석일진대 더 큰 규모의 교회라도 여전히 가정의 연장(延長)이며, 이런 의미에서 교회에서 남녀의 역할도 가정에서 역할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튼 교회는 세상에 섞여 존재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교회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남녀 역할에 대한 분명한 이해는 바로 그러한 정체성을 가지는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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