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 부리는 자들

권세 있는 자들의 첨예한 이슈는 '누가 자기 세력에 도전하는 자인가'이다. 이에 부합하여 그들의 전형적인 모습은 예수님이 마가복음 10:42에서 말씀하셨듯이 위에서 군림하고 권세를 있는 데로 부리면서 감히 기어오르는 자가 없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 이방인의 소위 집권자들이 저희를 임의로 주관하고 그 대인들이 저희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앉은뱅이가 나은 사건도 백성들이 보는 것과 대제사장이 보는 입장은 현격히 달랐다. 백성들은 심히 기이히 여기며 놀란 반면(3:10) 대제사장은 그 일을 행한 베드로와 요한을 옥에 잡아넣었으며(3절), '무슨 권세와 뉘 이름으로 이 일을 행하였느냐'고 심문했다(7절). 한 명의 대제사장이 아니라 '대제사장의 문중이 다 참예하였다'고 성경은 증거한다(6절). 지극히 정치적이고 전형적인 권세자들의 대응이었다. 

대제사장의 문중이 베드로와 요한에게 '무슨 권세와 뉘 이름으로'라는 질문을 동시에 던진 것은 '무슨 권세'임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것은 '뉘 이름으로 행하였느냐'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에는 '대제사장의 이름'보다 더 높은 권세가 있을 수 없었고, 그래서 다른 이가 감히 허락도 없이 백성들을 가르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었던 것이다(2절). 이런 정치적인 대응에 맞서 베드로의 답변은 어떠했는가. 그의 대답은 동일한 정치적 지혜와 모사가 아니었고 '성령이 충만하여 말한' 증거였다(8절). 그는 권세자들의 강퍅한 정치적 공격 앞에서 그들의 관점을 '병인에게 행한 착한 일'(9절)로 모았다. 왜냐하면 이슈의 핵심은 '대권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아니라 '착한 일을 가능케 한 권세는 누구의 권세인가'였기 때문이다. 다짜고짜 앞뒤 가리지 않고 '권세'에 도전하는 세력이 있으면 무조건 치려하는 그런 태도에 맞서서, 베드로가 지적하려 한 것은 '권세'는 인위적으로 움켜진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그 나타난 일로 증거된다는 사실이었다.

구원하는 권세와 진리를 따르는 자들의 태도

베드로의 말의 요점은 실로 '구원'에 관한 한 어느 누구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보다 더 높은 권세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10-12절).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이외에 어느 누구에게도 구원을 행할 권세를 주시지 않았다(12절). 인간들은 그 이름을 버렸고 또 끊임없이 버리고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은 구원의 머릿돌이 되었고, 지금도 그러하며,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11절). 다른 종교들은 '세력'은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구원에 있어선 내면으론 공허하고 무력하며, 외적으론 정치적이고 포학하다. '나타나는 착한 일'은 인간을 칭송하는 방편으로 쓰이고, 대부분은 단지 '착한 일의 모양'으로 종교가 포장되고 있을 따름이다. 

또 자기들의 가르침을 권세 있게 하려고 학문에 학문을 더하고, 규정에 규정을 더하지만 진리는 '학(學)'으로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증거'와 '생명의 열매'로 나타나는 것이다. 베드로와 요한이 기탄 없이 말한 것이 그들의 학문 때문이었는가. 아니다. 그것은 성령이 충만하여 행한 증거였다. 또 그들의 주장은 입증될 수 없는 이론이었는가. 아니다. 그들 옆에는 병 나은 사람이 함께 서있었다(14절). 그 진리의 나타남 앞에서 어느 누가 힐난할 말을 찾을 수 있겠는가(14절). 고작해야 자기들이 가진 '권세'로 돌아가서 위협을 가할 밖에...! (15, 18, 21절) 그런 권세에는 '소리 치는 일'은 있을 지라도 사람을 이끄는 힘과 길은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그것이 '진리'의 문제일진데 소리치고 위협한다고 될 일인가. 권세 가진 자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도 '권세'를 잃지 않으려는 욕심에 발목이 잡혀 스스로 진리의 원수가 되는 편을 택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옳은 것'을 따르려는 의지를 굽힐 수 없는 자들이다: "베드로와 요한이 대답하여 가로되 하나님 앞에서 너희 말 듣는 것이 하나님 말씀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19절). 베드로와 요한의 대답은 이 시대의 도전 앞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한 목소리로 대응해야 할 태도를 가르쳐주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에겐 분명 '보고 들은 것'이 있다(20절). 그것은 '말하지 않을 수 없고 나타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진리는 단지 어떤 세력에 맞서기 위해 증거되는 것이어선 안되며, '필요가 있는 곳에 적용되어 그 열매를 내는 진리'여야 한다. 그러하니 그리스도인들이 맞서야 할 대상은 권세 있는 자들이 아니라 '회복이 필요한 자들'이다. 권세 있는 자들의 위협을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결코 세상의 위협에 진리를 굴복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 어느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어도 진리는 '성령의 증거'와 '생명의 열매'로 그리스도인들을 이끌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