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과 지혜

하나님의 백성은 다른 나라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세상 가운데 존재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묶이지 않고 세상을 향해 있다. 하나님이 계신 곳, 특별히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 곳은 세상의 중심이다. 하나님의 선지자가 있는 곳에 세상의 축이 있는 것이다. 에스겔의 선포는 이제 베니게(페니키아) 지역의 두로로 뻗어 나간다. 해상무역을 장악하며 세상의 중심으로 떠오른 두로 왕의 영광을 향해 하나님의 입이 열린 것이다. 

해상을 평정한 후 세상 중심에 앉은 두로 왕은(2절) 인간이 품을 수 있고 내뱉을 수 있는 가장 교만한 마음의 생각을 드러냈다: '나는 신이라 내가 하나님의 자리 곧 바다 중심에 앉았다'. 거의 모든 컴퓨터 시스템을 윈도우즈가 장악했고 그것을 통하지 않고는 세상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빌 게이츠가 신인가. 이 얼마나 애들 장난스러운 생각인가.

왜 그러면 이리 뻔히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비일비재하게 생기는가? 그것은 그만큼 교만이 인간의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2절). 그렇다면 인간의 교만을 자아내는 근본은 무엇인가? 본문은 그것을 두 가지로 보여준다. 첫째는 '재물'(5절)이며 둘째는 '마음 또는 지혜'(6절, NIV 'you think you are wise, as wise as a god'; 7절)이다. 그런데 4절은 '큰 지혜와 장사함으로 재물을 얻었다'고 말하기 때문에 교만의 더 근본은 '지혜의 사용'이라고 하겠다. 

잠언은 지혜의 시작이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라고 했다(잠 1:7). 실로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실 때에 지혜를 선물로 주셔서 여호와를 경외할 수 있게 하셨다. 그래서 여호와를 경외함으로 시작한 자는 결코 '나는 신이다'라는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와는 '하나님같이 되라'는 사단의 유혹 앞에서 '지혜'를 사용했다: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창 3:6). '지혜롭게 할 만큼'이란 말은 하와에게 지혜가 없었기에 바라보았던 지혜에 대한 욕망을 나타내는 표현이 아니고 지혜가 있었지만 더 지혜로워져서 '선악을 알 정도까지 이르고자 했던 욕망'에 대한 표현이다. 지혜의 시작은 주어졌지만 그 지혜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향한 것이 인간의 죄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지혜'는 인간이 정의한 지혜로 탈바꿈했다. 그것은 '기술과 지식'이다. 더 이상 지혜는 하나님과 무관한 '인간의 것'이 되어 자기를 살찌우는 손놀림과 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지혜는 '성공과 성취'라는 옷을 입고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한다. 그래서 '재물'은 지혜가 침을 흘리며 뒤쫓는 먹이가 되고, 그 재물을 통해(4절) '영화(榮華)'를 이루고 누리려는 것이 인간의 지혜가 이상으로 바라보는 끝이다. 

에덴에 비쳐진 인간의 실상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의 마음 같은 '체' 할 순 있었어도(6절) 신이 되진 못했다(2절). 아니 신이 되지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참 인간'이 되지도 못했다. 그것은 아담과 하와의 운명만이 아니었다. 신이 되고자 했던 그리고 지금도 시도하고 있는 모든 인간에게 닥치는 비참한 최후이다. 

신이라 자처한 두로 왕의 운명도 결국 벗겨놓으면 비참한 한 인간에 불과했다. 교만의 절정이 '신'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고대의 정황에서 고대 왕들은 신적 왕권을 가졌다. 그들은 신으로부터 임명을 받았고 스스로 신의 권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서 행동했다. 그러나 에스겔은 사람들이 신으로 숭배하는 '그 왕'을 에덴으로 데려가 그의 교만을 벗기고 그 내면의 실상을 드러 내준다.

옛적 하나님의 동산 에덴에까지 그를 데려가서 에덴의 이미지로 그를 묘사한 것은(13-14절) 두로 왕은 모든 인간이 보일 수 있는 교만의 극단적 모형이었고 그래서 그를 통해서 모든 인간의 근본 된 교만의 죄를 다루고자 했기 때문이다. 

13절에는 각종 보석들이 소개된다. 이와 동일한 보석들이 소개되고 있는 곳은 제사장의 판결 흉패 앞에 매다는 보석들을 설명하고 있는 출애굽기 28:17-20이다. 두로 왕이 지음을 받던 날에 이 보석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것으로 두로 왕은 단장되었다. 이는 두로 왕의 화려함을 나타내려 했기보다 그의 '사명'이 무엇이었는지를 일깨우려 한 것이다. 

하나님은 세상을 다스릴 자로 인간을 창조하셔서 당신과 세상 사이에 제사장으로 세우셨다. 제사장의 임무가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서 하나님의 뜻을 판결해 주고 그 뜻을 가르치는 것이었듯이 모든 인간은 지음 받은 날로부터 항상 '제사장의 옷'을 입고 살아야 했던 것이다. 두로 왕이 상실한 것은 바로 그 소명이었다.

또한 두로 왕은 '기름부음을 받은 덮는 그룹'이었다(14, 16절). 두로 왕이 그룹이었다는 뜻이 아니라, 또 그럴 수도 없지만, 두로 왕을 '그룹'의 이미지로 나타낸 것이다. 그룹은 하나님 곁에서 하나님을 보좌하고 섬기는 피조물이었다. '기름부음을 받은'이란 말은 하나님의 인준으로 세워졌다는 뜻이다. 두로 왕은 비록 세상의 왕이었어도 그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며(롬 13:1),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세상에서 하나님을 섬겨야 했던 자였다. 

특별히 에스겔은 두로 왕의 교만을 다루면서 그가 지닌 그룹의 신분을 재차 언급하고 있는데--16절, '너 덮는 그룹아'--이는 '섬김'의 측면을 더 강조하고자 함이었다. 특별히 '덮는'이란 말은 두 날개로 무엇을 가리는 것을 말하는데 본래 그룹은 두 날개로 증거궤 위 속죄소를 덮고 그 얼굴로는 속죄소를 향하고 있어야 했다(출 25:20). 그 때의 자세는 수그리는 자세일 수밖에 없다. 그냥 그룹이 아니라 '덮는 그룹아'라고 부른 것은 두로 왕의 눈이 본래 언약궤를 향하여 있어야 했고 하나님을 향해 몸을 굽혀 섬기면서 겸손해야 했음을 암시한 것이다. 그가 '신'이 아니라 신을 섬기는 피조물인 것을 알린 것이다.

그러한 신분의 두로 왕에게 드러난 불의의 원인 곧 타락의 원인은(15절) '더렵혀진 지혜'였다(17절). 그 지혜는 '성공과 성취'로 옷 입고자 마음을 재물로 몰아갔고, '무역의 풍성'을 인생의 이상으로 바라게 했다. 두로 왕은 그 지혜로 세상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의 주(主)인 하나님은 그가 신이 아니라 사람인 것을 세상으로 목도하게 하시려고 그를 흙으로 돌려 보내셨다(18절, '너를 목도하는 모든 자 앞에서 너로 땅 위에 재가 되게 하였도다'; 창 3:19). 

인간의 교만의 끝은 비참한 죽음이다. 영화를 누린다해도 몇 수십 년인 것을... 그것을 따라가다 인생을 잃으면 그 끝의 허망함을 어찌하려는지. 그것은 영원한 허망이요 영원한 파멸이다. 

선지자 에스겔의 고통은 여기에 있었다. 그 교만의 끝에 맞을 허망함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으로 달려가는 인생들을 보는 것이 그의 고통이었다. 지혜로운 자는 그 고통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자이다. 그런 자 안에는 그 고통만큼 '생명'이 움직거리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에덴의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옛 적'만이 아니라 바로 '오늘도' 일어나는 사건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서 증거되는 사건이다. 과연 나는 에덴에 비추어 볼 때 어떤 모습인가. 우리 예수 그리스도께서 회복해 주신 에덴 곧 하나님의 나라 안에서 나는 겸손한가. 아니면 지혜의 욕망으로 인해 하나님의 나라를 떠나 세상을 향해 돌아서 있는가. 한 번은 흙이 될 인생인데 '영원히' 파멸되길 바랄 자가 누가 있겠는가.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께로 지혜를 향하는 모습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주님, 누구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마음에는 두로 왕이 추구했던 성공과 영화에 대한 꿈을 가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려고 '장사'를 하며 풍성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영화를 누려도 '신'은 될 수 없다는 것을... 주님, 제게 혹 이런 생각이 있진 않으지요. 숨겨진 생각 가운데서라도 이런 마음이 있다면 주 앞에 다 던져놓습니다. 에덴의 죄를 다시 짓지 않게 해주시고 주님 주신 지혜로 아버지를 경외하고 아버지를 알아가는데에 힘쓰게 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