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들

예수님께는 사랑하는 자들이 있었다. 예수님이 누구를 편애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가까이에서 받을 만큼 그렇게 예수님과 긴밀한 사귐을 가졌던 자들이 있었다는 얘기이다(3절). 그 가운데 마리아의 가정은 예수님과 제자들을 대접하는 일에 남달랐다(눅 10:38). 더욱이 마리아는 예수님이 자기 죄를 사해준 체험을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던 여인이었다. 그녀는 자기의 죄사함 받은 것에 대한 감사로 예수님께 귀한 향유를 부어 자기의 사랑을 표현하기까지 한 여인이었다(12:3; 눅 7:47). 그런데 그런 사랑하는 자의 가정에 우환이 닥쳤다. 마리아의 오라비 나사로가 죽은 것이다. 예수님의 사랑하시는 자가 죽은 것을 예수님께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람을 예수님께 보내었지만 소식은 감감했다. 예수님은 그 소식을 듣고 왜 지체하신 것일까.

5-6절을 보면 예수님이 그들을 사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틀을 더 유하셨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단 얘기는 인간적인 사랑을 나누는 것 이상의 '무엇'이 '예수님의 생(生)을 움직여 가는 동기'였다는 얘기인데... 바로 4절의 말씀과 15절의 말씀이 그 동기를 밝히 말해준다. 첫째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4절)이요 둘째는 '제자들의 믿음을 위함'(15절)이다. 예수님의 사역의 가장 중요한 두 목적이 바로 이 둘이라고 하겠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는 일을 통해 예수님은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알리면서 당신을 보내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려 하셨고, 또한 이를 통해서 당신이 '부활이요 생명'이란 사실을 제자들의 마음에 지워질 수 없는 진리로 새겨 주셔서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에서 확고하게 설 수 있게 하려 하신 것이다.

주님의 지체는 그 때나 지금이나 결코 사람의 상황이나 마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주님은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정확한 때에 움직이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을 따를 때 주님이 보여준 이 두 가지 목적에 부합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주님께 바라는 바, 기도의 내용이 이뤄지길 원하는 마음에 과연 그 기도가 이뤄짐을 통해서 하나님께 어떤 영광이 돌려질 지, 그리고 그것이 이뤄지는 과정을 통해서 주를 따르는 믿음에 어떤 성장이 있을지, 이 두 가지 생각이 있어야 할 것이며, 그 생각 가운데 응답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 기다림의 과정 속에서 주님의 지체하심의 이유를 분명 깨닫게 된다. 혹 그 두 가지 목적을 생각지 않고 주께서 자신을 위해 일하시길 구했다면--하기야 많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겠지만--생각건대 주님은 그 기도를 무시하기보다 두 가지 목적을 기도자의 마음에 깨닫게 하시는 과정을 반드시 밟으셔서 기도자로 하여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이라고 확신한다. 

낮에 다니는 자

주님의 지체함이 마리아의 가정에는 답답함으로 느껴졌을 것이나 제자들에게는 잠시동안은 다행으로 여겨졌다. 왜냐하면 돌로 치려는 유대인들이 마리아의 가정이 사는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8절). 그러나 그것도 잠시 며칠뿐이었고, 결국 예수님이 그곳으로 가시려하자 그들의 마음은 이내 걱정으로 가득 찼다. 그러한 그들을 향해 답해주신 예수님의 말을 생각해 보자: "낮이 열 두시[=열 두 시간, twelve hours]가 아니냐 사람이 낮에 다니면 이 세상의 빛을 보므로 실족하지 아니하고 밤에 다니면 빛이 그 사람 안에 없는 고로 실족하느니라"(9-10절). '열 두시[간]'는 예수님이 비추는 빛이 있을 동안의 시간이다. 곧 예수님의 사역 기간을 상징하는 말이다.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당신이 사역하는 동안 함께 다닐 때에는 결코 위험이 없을 것을 말씀해 주신 것이다. 예를 들어 10:39처럼 '저희가 다시 예수를 잡고자 하였으나 그 손에서 벗어나 나가시니라'는 말씀은 낮이 있을 동안의 당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주님이 없는 밤에는 어느 누구라도 실족치 않을 자가 없다.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실 동안의 제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혼란(chaos) 그 자체였다. 다시 주님이 그들에게 와서 함께 거해 주시기까지 그들의 삶은 실족의 연속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주님과 함께 낮에 다니느냐 아니면 주님이 없는 밤에 다니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는 삶을 살면 그곳은 언제나 낮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주님과 동행함이 없이 그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님은 우리를 통해 당신의 나라의 일을 마치시기까지 결코 세상으로 우리를 위협하지 못하게 하신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미션을 위해 이 땅에 보내졌고 존재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주님과 함께 하면서 그 미션을 행하는 시간은 언제나 '낮'이며, 그래서 어떤 위협이 있어도 그것이 그리스도인들을 삼킬 수 없고 손을 댈 수 없는 것이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의 자신감은 주님의 일을 하는 것으로 말미암는다. 반면 잠시 그 미션을 잊고 살 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밤이 찾아오고, 그 어두움에서 넘어짐이 심하게 된다. 삶의 부르심을 회복하고, 주님과 동행하는 삶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그리스도인에게 혼란과 넘어짐이 반복되는 것이다.

믿음 안에서 만나는 주

드디어 예수님은 나사로가 죽어 있는 곳으로 오셨다. 마르다와 마리아는 서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해 있었다: "주께서 여기 계셨더면 내 오라비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21, 32절). 그들이 틀린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던 것이 있었다면 '예수님이 계시면 죽지 않는 일뿐만 아니라 다시 사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25, 26절). 나사로의 죽음을 놓고 주님이 지체하신 이유는 바로 이 사실을 가르쳐 주려 했기 때문이다. '주님의 존재'를 지리적인 거리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믿음' 안에서 항상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또한 더불어 알려주셨다. 곧 보는 것으로 주님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 안에서 주님을 '보는' 것이 주님을 사랑하는 자들에게 있어야 할 모습인 것을 알려주신 것이다(26절). 

믿음 안에서 보이는 주님은 어떤 모습인가. 그것은 '부활과 생명'이다(25절). 예수님이 '생명'인 것은 모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기 때문이며(1:3), '부활'인 것은 그가 어두움에 있는 자들에게 참 빛을 비추어서 그들로 하나님의 자녀로서 살아갈 수 있는 권세를 주시기 때문이다(1:12). 주님이 부활과 생명인 것을 믿는 것은 예수님이 그 만물의 창조자인 것과 그 육신을 입고 온 창조자인 예수님을 믿는 자에게 예수님이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주시는 은혜를 주신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27절). 여기서 믿음이라고 할 때 그것은 하나님의 영의 세계에 대한 반응이다. 마치 눈이 육신의 세상에 반응하는 통로이듯이, 믿음은 우리의 영이 하나님의 세상에 반응하는 통로라고 하겠다. 그래서 '네가 이것을 믿느냐'는 주님의 물음은 우리의 영을 깨워 하나님의 영의 세계로 초대하시는 주님의 부름인 것이다. 그 부름에 응답한 자는 "주께서 여기 계셨더면..."이란 말을 다시 하지 않고, "주께서 무엇이든지 하나님께 구하시는 것을 하나님이 주실 줄 아나이다"란 고백을 하게 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을 '언제나' 믿음으로 볼 수 있는 자들이길 소망한다.

주님, 주님을 향해 때로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을 통해서 주님의 움직임에는 결코 사람의 생각같이 더디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나님께 영광이 돌려지는 결과를 낳기 위해서 주님은 신중히 일하시며, 또 우리의 믿음이 자라길 위해서 우리의 때에 따르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때를 따라 일하시는 것을 알았습니다. 주님, 우리를 떠나지 않으시고 항상 함께 하시면서 우리로 낮에 다니는 자로 살아가게 해 주시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스스로 밤에 사는 자의 모습을 만들지 않게 하시며, 삶에서 하나님 나라를 먼저 구하며 사는 모습이 되게 하여 주시길 원합니다. 언제나 믿음으로 주님 함께 하시는 것을 보게 하시고, 주님의 부르심에 항상 깨어 응답하는 자로 살아갈 수 있게 하여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