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하는 양식

오병이어의 기적을 맛보고 예수님을 필사적으로 찾아 온 군중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썩는 양식을 위하여 일하지 말고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하여 하라"였다(26절). 이 말은 비단 군중에게만 아니라 이 땅 모든 인류에게 선포하는 '하나님의 메시지'라고 하겠다. 한데 군중의 이해는 이 말씀의 핵심을 벗어나 '일'에 쏠렸다: '어떻게 하여야 하나님의 일을 하오리이까'. 

바리새인들의 율법에 길들여진 그들이었는지라 '영원한 것'도 '행위'의 관점으로 보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조금만 생각이 있는 자들이었다면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신명기 8장 3절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너로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과연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은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며, 그 양식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은 단지 '윤리'를 위해 주어지지 않았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증거'(5:39; 참조, 눅 24:27) 하기 때문에 그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은 '도덕적인 인간'의 태도를 가진다는 말이 아니라 그 말씀의 '증거 내용'인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믿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일은 '행위'로 시작하지 않고 하나님의 보내신 자를 '믿음'으로 시작한다(29절). 

그러나 군중의 생각은 여전히 떡에 머물러 있었다(30, 31절). 예수가 메시아라면(14절) 그는 모세를 능가해야 했다. 모세는 40년 간 만나를 내렸는데 오병이어의 기적을 한 번 베푼 것 갖고야 그들에게 대단할 리 없었다. 그들의 오해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들은 모세가 만나를 내렸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하니 그들이 기다리던 메시아는 하늘로서 온 자가 아니라 '수퍼맨'이어만 할 밖에... 

사실 세상의 지도자뿐 아니라 교회의 목회자를 기대하는 모습에도 하나님의 청지기보다 '능력을 행하는 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가 쉽다. 사람에게서 무엇이 나오는 것이 아닌데... 심지어 예수님조차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없다고 하신 판에(38, 39절) 하물며 인간이 능력을 행하면 얼마나 행하겠는가. 그런데 어리석은 것이 인간이라 동일하게 흠 많은 인간에게서 자기들의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채우려하길 마지 하지 않는 것이다. 

만나는 하나님이 주신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에는 언제나 '영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 만나는 하늘에서 내려 세상에게 줄 생명의 떡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세상 어느 것에도 그 자체에 의미를 가지는 것은 없다. 이 세상은 지나갈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나갈 세상의 것에 영적인 의미를 담아서 우리에게 영원한 것을 가르쳐 오셨던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이 땅의 것을 상징으로 삼아 영원한 메시지를 전하셨던 하나님은 마지막 때에 예수님을 통해서 직접 영원한 것을 보여 주셨다. 우리의 눈은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를 필터로 하여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영생을 안다고 말하거나 영생 운운하는 것은 이 세상의 것으로 '더 능력 있게 하는' 정도의 개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영생의 언급일 뿐이다.

믿음으로 먹는 양식

육신의 양식은 입으로 먹지만 영의 양식은 마음으로 먹는다. 곧 믿음으로 양식을 취하는 것이다. 영생하는 양식이 하나님의 말씀이었듯이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이며(1:1) 하나님의 마지막 계시인 예수님은 바로 하늘에서 내려 세상에게 생명을 주는 '영생하는 양식'이다(33절).영생하는 양식인 만큼 우리는 결코 주리거나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다(35절). 

우리가 다시 주리거나 목마르게 되는 것은 예수님의 명예가 걸린 일이다(39, 40절). 그것은 예수님의 수치요 사역의 실패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역은 아버지의 정하신 뜻을 행하는 사역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예수님을 믿고 나아오는 자는 아버지께서 '예수님께 주신 자'이며 거기에는 어떠한 인간적인 개입이 없다. 곧 아들을 보고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는 것은 '아버지의 뜻'이기 때문에 영생의 양식은 마지막 날에 우리를 살리기까지 우리로 결핍하게 하지 않으며, 어떤 세상의 영향도 우리의 부활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이 양식 곧 우리를 살리는 양식은 예수 그리스도이다(40절). 

우리는 예수님을 먹고사는 자들이어야 한다. 그것의 첫 발은 하나님의 말씀을 육신의 쓸모를 위해 취하지 않는 것에서 떼어지며, 말씀이 가리키는 영원한 생명 곧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고 믿는 일에서 우리의 걸음은 영생을 향해 곧아지고 빨라지며 달음질이 되는 것이다.

주님, 과거의 만나를 회상하는 유대인들에게는 하나님의 양식보다 배부름의 그리움이 더했습니다. 물론 배가 고파 예수님을 따른 자도 있을 것이나 하나님께서 예수님께로 나아오게 하는 자는 영적인 채움을 얻고 육적인 배고픔을 잊게 하십니다. 주님, 혹 제 마음에 육적인 배고픔이 중심이 되어 말씀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는지 살펴보게 해 주세요. 예수님은 결코 우리를 잃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저로 영생하는 양식을 항상 먹게 해 주시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입니다. 주님, 만나의 환상을 버리게 하시고 하늘로서 내려온 생명의 떡인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고 믿고 그 분으로 인해 제 인생으로 배부르게 하시며, 영원한 주님 나라의 소망으로 제 영혼을 만족히 채워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