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제자들의 첫 만남

예수님은 가버나움의 해변을 거닐다가 두 형제 곧 베드로와 안드레를 보셨다(18절). 그것은 예수님과 그들의 첫 만남이었을까? 아니다. 첫 만남의 장소는 세례 요한이 세례를 베풀고 있던 요단강 근방이었다(요 1:35-42). 그 당시 세례 요한의 영향력과 소문은 대단했다. 갈릴리 벳세다 사람인 안드레가 세례 요한이 있는 곳까지 가서 그를 따르는 제자로 소개되고 있으니 말이다(요 1:40, 44). 안드레는 세례 요한이 친히 ‘자기 제자’라고 부를 만큼 메시아 시대를 열망하는 ‘영적인 자’였다(1:35). 

세례 요한은 예수님의 다니심을 보고 자기 제자인 안드레와 또 다른 제자(아마도 요한)에게 ‘보라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요 1:36)라고 하며 예수님을 소개했다. 둘은 그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좇았고, 예수님의 초대로 그의 계신 데에 가서 하루의 시간을 함께 가졌다(요 1:37-39). 그분이 메시아인 것을 확신한 안드레는 자기 형제 시몬을 데려와서 예수님 앞에 세웠다. 예수님은 그의 이름이 장차 ‘게바(=베드로)’로 불릴 것을 말씀하셨다. 이것이 예수님과 안드레와 시몬의 첫 만남이었다. 하지만 이 때에는 그들을 향해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부르심이 없었다. 

가버나움으로…

그 만남 이후 별다른 대화가 기록되지 않은 가운데 세례 요한이 투옥되는 일이 생겼다. 요한이 잡혀 들어간 상황에서 예수님은 예수님대로 갈릴리(요 1:43)―나사렛으로(12절) 떠나셨고, 그 두 사람은 그들대로 흩어져 자기들의 집이 있던(8:14) 가버나움으로 돌아갔다. 고향은 벳새다였어도 그 두 사람은 유대와 헬라의 문화가 섞여 상업이 성황한 갈릴리 호수 건너편 가버나움으로 살 곳을 옮겨 정착한 터였다. 예수님께서 나사렛에서 배척당하신 후(눅 4:16-30), 다른데도 아니고 가버나움으로 가서 사신 데에는 숨은 의도가 있었다. 그것은 이전에 만났던 안드레와 시몬을 찾고자 하신 것이다. 예수님은 그들과 예전에 하룻밤을 지내면서 그들의 있는 곳을 아셨을 뿐만 아니라, 이미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뤄진 그들과의 인연을, 그들은 잊었을지라도, 잊지 않으신 것이다. 

예수님은 가버나움에 들어오시어 회당에서 권세 있는 가르침으로 말씀을 전하셨고(눅 4:31), 그 권세와 능력의 말씀으로 귀신을 명하여 좇아내셨다(눅 4:37). 이내 예수님의 소문은 그 근처 사방에 퍼져나갔다(눅 4:37). 그러나 이것은 당신의 제자들을 부르시려고 가버나움으로 가신 의도의 전주곡이었다. 예수님은 당신의 목적하신바 두 형제를 만나려는 발걸음을 재촉하셨다. 예수님은 시몬의 초대 없이 그의 집으로 직행하셨다(눅 4:38). 시몬의 놀라움이 어떠했겠는가? 예전에 만나 뵙고 이름이 바뀔 것을 예언해 주신 예수님이 근처에 와서 여러 놀라운 일들을 행하신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그 분이 자기 집으로 갑자기 들어오시다니! 예수님은 시몬의 장모의 열병을 고쳐주셨다. 하지만 이때에도 시몬과 안드레를 향한 부르심은 없었다.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도전

예수님은 다시 무리들 가운데로 사라지셨고, 그들의 에워싸임 속에서 바쁜 사역을 지속하셨다. 하지만 예수님의 마음의 시선은 두 형제에게 향해있었다. 다른 날 예수님은 무리가 옹위하는 가운데 가르치시다가 또 다시 두 형제를 향한 도전적인 발걸음을 내 딛으셨다. 그것은 시몬의 배에 올라타신 것이다(눅 5:3). 예수님은 무리의 시선을 시몬의 배로 집중시키어 가르침을 계속하셨다. 마침내 시몬에게 깊은 대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는 ‘개인적인 명령’을 내리셨다(눅 5:5). 시몬은 지금까지 남들을 통해서, 또는 주변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었다. 그런데 그 음성이 지금 자기에게 직접 내려진 것이었다. 시몬은 그간 예수님의 권세를 직간접적으로 듣고 본 터여서 감히 예수님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선생이여 우리들이 밤이 �У돈� 수고를 하였으되 얻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눅 5:5). 

시몬이 그 명령을 따랐을 때 그에게는 일생일대 최고의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은 기대치 않은 엄청난 고기를 잡게 된 사실이 아니었다. 고기가 잡히던 순간, 항상 수동적으로 지켜만 보던 그 예수님이 바로 메시아라는 생각이 들면서 온몸이 전율로 휩싸인 것이었다. 그는 예수님의 무릎 아래 엎드려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 5:8). 이것은 시몬만의 느낌과 고백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있던 모든 사람, 그리고 그의 동업자였던 야고보와 요한까지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던 것이었다. 바로 이 상황에서 예수님의 부르심이 시몬과 안드레,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에게 임한 것이다,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18절). 

이는 실로 오랜 동안 조심스럽고도 분명하게 진행된 예수님의 인격적 접근의 열매였다. 그들이 ‘곧 그물을 버려두고’(20절), ‘곧 배와 부친을 버려두고’(22절) 예수님을 좇은 것은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관심에 대한 불가항력의 반응이었다. 사람의 의지를 압도하시는 그분의 권세 있는 부르심에 대한 순종이었다. 언뜻 보기엔 ‘정상적인 삶’이 와해된 것 같으나, 과연 무엇이 ‘정상(正狀)’이냐를 따지자면 그 답은 명백하다. 곧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나서는 것이 정상(正狀)의 삶인 것이다.

드디어 예수님은 제자들을 이끄시고 사역에 나서셨다.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은 이렇게 요약되었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그 백성] 중에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23절). 여기에는 예수님의 사역의 특징이 잘 나타나있다. 
 
예수님의 사역 반경
 
예수님은 이방의 갈릴리에서도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그’ 백성 중에서 사역하셨다. ‘저희’와 ‘그’는 이스라엘 백성을 지칭한다. 예수님은 당신의 사역의 반경을 이스라엘 집으로 한정하셨다(15:24). 열 두 제자를 내어보내시면서 당신의 사역의 맛을 보게 하실 때에도 예수님은 그들에게 이방인의 길로 가지 말 것과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갈 것’을 명령하셨다. 그들이 예수님의 사역의 반경 안에서 움직일 것을 분명히 하신 것이다(10:6). 수가성 여인이나, 로마 백부장이나 두로와 시돈 지방의 가나안 여자가 예수님을 만나 구원을 맛본 것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사역 반경 안에서 행하시는 중에 부가적으로 일어난 일이었지 주된 사역의 정로(正路)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왜 사역의 범위를 제한하셨을까? 예수님은 민족주의자이셨는가? 예수님은 이방선교에 관심이 없으셨던 것인가? 

예수님의 행동반경을 가지고 이렇게 예수님을 몰아댄다면 아담의 죄 이후로 왜 이제야 예수님이 오셨는지 그 흘러간 세월의 의미에 대해서는 어찌하겠는가? 하나님의 시간은 사람의 측량과 다르다(시 90:4; 벧후 3:8). 사람은 다 자기의 인생길이만큼 세상을 보고 이해하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우주의 생성과 마침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세상을 읽어내는 스케일이 다르시고 관점이 다르시다. 사람들은 예수님이 세상의 구속자로 오신 만큼 그의 사역이 이스라엘에 묶이지 말고 어느 곳으로도 뻗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하나님께서 ‘목적을 가지고’ 그 오랜 세월 동안 진행시켜 오신 구속사를 한 순간 조급하게 자기의 인생의 길이와 이해의 폭 안에서 경솔하고 교만하게 취급하는 태도이다. 예수님의 사역이 제한된 것은 그만큼 하나님의 뜻이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할 목적이 있었던 것이지, 하나님의 생각이 이스라엘 밖으로 미치지 못해서가 결코 아니었다. 어찌 세상을 지으신 이가 그 생각을 이스라엘에만 두셨겠는가? 

예수님은 ‘두루마기 책에 나를 가리켜 기록한 것’을 이루러 오셨다고 말씀하셨다(히 10:7, 9). 이를 위해서 예수님은 구약의 약속이 배경과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스라엘을 철저히 사역의 영역으로 고수하셨다. 그럼으로써 율법을 완성하셨고, 영원한 속죄를 이루어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여시었다. 물론 구약의 약속에는 이방을 향한 구원이 포함되어 있으나, 하나님의 시간표의 진행은 먼저 이스라엘에서의 구속이 있고, 그 구속 사역의 완성을 통해서 이방이 구원을 맛보는 것이었다(사 49:6). 물론 이스라엘의 구속이 진행되던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 중에도 이스라엘 밖의 이방이 ‘그 큰 빛’을 보게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멀리 어두움의 땅에서도 그 빛의 도래는 선명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발길은 이스라엘에 있었어도 그 마음에는 누구도 측량할 수 없는 이방을 향한 사랑과 간절함이 있었으며, 그 이방의 구원을 이루시기 위하여 더더욱 이스라엘 안으로 사역을 제한하시는 모습에 굽힘이 없으셨던 것이다.

예수님의 가르치심과 전파

또한 예수님은 ‘가르치셨다.’ 특별히 ‘회당에서’ 가르치셨을 때 그 당시 회당의 규례를 따라 가르치셨음이 틀림없다.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가르치신 패턴이 누가복음 4장 16절에서 21절에 나온다. 예수님은 이사야의 말씀을 읽으시고, 그것이 오늘날 너희 귀에 응하였다고 선포하셨다. 트인 장소에서 제자들을 가르치실 때에나 무리들 또는 유대의 지도자들과 만나서는, 가르침의 주제와 내용이 다양하고 미래적인 계시도 하셨으나, 회당에서는 특별한 목적을 품고 가르치신 것이 분명하다. 어떤 목적이었을까? 예수님이 회당에서 가르치신 것을 통해서 사람들이 예수님에게서 서기관들과는 다른 권세를 발견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막 1:22), 예수님의 회당에서의 가르침의 목적은 자신 안에서 구약 성경이 성취된 것을 직접적으로 알리는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가르침과 더불어 예수님은 천국 복음을 전파하셨다. 이것은 예수님을 통해 임한 하나님의 통치를 알리신 것이며, 새로운 질서로 돌이키라는 결단을 내재하고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17절 설명 참조). 

예수님의 병 고치심

말씀의 전파와 함께 예수님은 병을 고치셨다. 예수님의 병 고치시는 사역을 복음서의 여러 기록에서 찾아보면 혹 이 사역이 독립된 사역인 듯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복음서를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사역이 회당의 가르침과(막 1:23, 39; 눅 4:33) 천국 복음의 전파와(마 12:28) 함께 병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병 고치심이 구약의 성취와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보이는 ‘표시(sign)’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육신의 아픔에 대한 하나님의 궁극적인 치료는 ‘부활’이지 병 고침이 아니다(요 11:25, 26). 오늘날에도 믿는 자들 가운데에서 어떤 이는 병이 낫는 체험을 하고, 어떤 이는 병을 안고 죽는 일이 생긴다. 이것은 믿음의 차이도 아니고, 더군다나 구원의 여부를 가리는 기준도 아니다. 병 고침에만 매달리는 것은 ‘부활’을 모르는 태도이다. 예수님의 구속의 사역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태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병 고침이 더 이상 교회 사역의 부분이 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의 사역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병 고침이 반드시 복음 전파와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영혼의 치료인 부활이 육신의 치료인 병 나음에 앞서야 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소문은 온 수리아에 퍼졌다. 사람들의 반응은 각색 병자들을 예수님께 데려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방에서도 허다한 무리가 모여 예수님을 좇았다. 예수님께서 그들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데려오는 자마다 고쳐주신 데에는 천국의 실재(實在)를 그들의 마음과 삶에 각인해 주시려는 의도가 있었다(12:28). 하지만 결코 무리의 요구가 예수님의 사역의 방향을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었다(막 1:37, 38). 오히려 예수님의 사역의 초점은 무리보다 제자들을 향해 있었다. 이어 나오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의 가르침이 제자들을 향해 선포되었다는 사실이(눅 6:20) 이것을 입증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