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내용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릇 살인한 자를 위해 도피성으로 여섯 성읍을 정하여야 했으며, 이스라엘 자손과 타국인과 이스라엘 중에 우거하는 자가 그릇 살인했을 경우는 그리로 도피할 수 있었다.
메시지와 적용
'그릇 살인했다'는 말은 두 가지의 함축된 사실을 가진다. 의도하지 않은 인간의 실수와 엄연히 사람이 죽은 사실이다. 하나님은 어떤 것을 보시는가?
도피성을 정하여 주시는 하나님의 명령에는 '의도하지 않고 행한 인간의 실수'를 더 중요하게 보시는 사실이 드러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하나님은 공의를 세우시는 분이시다. '공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식의 '정의로움'의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법적인 용어로 공의를 얘기한다. 그래서 공의를 부르짖을 때 사람들은 '비판적'이 되기 쉽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로운 기준을 적용하여 사실을 '바꾸는' 것을 공의의 목표로 삼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사람들에게선 때로 살벌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하나님의 공의는 '사실에 대한 판단 기준'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성품'이다. 성품은 결코 한 단면으로 작용하지 않고, 전인적으로 표현된다. 하나님의 성품 안에는 공의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인내와 온유 등 하나님의 성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다 포함되어 있다. 공의는 이 모든 성품들과 한데 어울릴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드러내게 되며, 그래서 하나님은 공의를 나타내실 때에 공의 자체를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의 온전함'을 이루시기 위해 나타내신다고 말할 수 있다. 곧 공의에 반대되는 온전치 못한 것을 하나님의 온전함에 부합되는 모습으로 돌이키시고자 공의를 나타내시며, 그래서 그 열매로 맺어지는 결과는 '공의' 자체가 아니라 '온전함'인 것이다.
도피성을 마련해 주신 것은 '사람이 죽었다'고 하는 드러난 사실로 인해 자칫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매도됨으로써 온전해야 할 하나님의 땅에 온전히 못한 일이 발생되는 것을 막고자 하신 것이다. 이처럼 도피성은 하나님의 공의를 세우기 위해서 하나님의 긍휼과 지혜가 동원된 것을 보여준다.
또한 도피성은 사람들 간에 흥분을 가라앉혀 주고 일어난 사건을 하나씩 되짚어 볼 시간을 마련해 준다. 그러면서 사실만을 보고 판단치 않게 해 주고,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준다.
지난 세월 나의 삶을 돌이켜 보면 '일어난 사실'로 인해 섣불리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내 생각을 고정시켰던 경우가 많았음을 보게 된다. 그러나 정작 우리 주변에는 '발생한 사실'보다 감춰진 사실들이 더 많다.
일어난 '사실'만을 일기로 쓰자면 몇 줄 못쓰고 말지만, 거기에 내 생각을 담고 느낌을 담아 쓰면 그 글이 얼마든지 늘어나게 된다. 나만이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이 일을 경험한다면, 우리가 대하는 '사실들'은 어쩌면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에 의해 가려진 사실들일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정확한 것을 보시는 분이시다. 정확한 사실을 보시되 공의와 사랑과 지혜를 담은 당신의 성품을 통해서 '일어난 일'을 보신다. 도피성! 그것을 생각하면 하나님의 성품에 비교되는 나의 성품을 들여다보게 된다. 얼마나 부족한지! '눈에 보이는 사실'을 내 삶의 기준이나 비전으로 삼지 않고 내가 보는 관점, 내가 행하는 행동이 하나님의 성품을 덧입은 모습이 되길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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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님, 불의와 의를 가릴 분은 주님 한 분이십니다. 왜냐하면 주님께만 '온전함'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성품으로 온 땅을 다스려 가시는 모습을 묵상합니다. 주님의 공의를 세운다고 하면서 정작 주님의 성품은 무시하고 일에 달려들려 했던 제 모습을 주께 드리고 회개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시는 주님의 눈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스스로 옳다 여기는 것을 저의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게 해주시고, 인내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성품에 비추어 모든 사실을 주님께로부터 배워서 알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