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 기도하는 자

자기 내면의 모든 것을 하나님 앞에 발가벗듯 드러내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말'(1절)과 '한숨(sighing, '심사', 1절)'과 '울음 섞인 외침(cry, '부르짖음', 2절)'이 한 덩이로 섞여 있습니다. 게다가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계신다는 사실을 마음에서 느끼며 확인하고 싶어하는 강한 욕망은 기도를 더 간절하게 만듭니다: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사... 나의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소서'(1, 2절). 이러한 토로함과 요구가 기도하는 자의 자연스럽고 당연한 권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기도가 다른 대상이 아닌 '하나님께'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주께 기도하나이다(for to you I pray, 어순을 눈 여겨 보십시오).

그러면 주님의 귀 기울이심은 언제 확신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주를 찾는 자의 기도가 삶의 모든 것에 가장 우선되어 있을 때입니다, '여호와여 아침에 주께서 나의 소리를 들으시리니 아침에 내가 주께 기도하고 바라리이다'. 이는 일상의 패턴에 대한 고백이 아니라 모든 것에 우선하여 주를 찾겠다는 결심 곧 어떤 일을 자기 생각대로 처리하지 않고 주께 기도하며 주께 맡기겠다는 결심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에게 '아침'은 항상 어떤 새로운 일을 행하기 전의 순간입니다. 과연 우리에게 이러한 삶의 질서가 있는지 살필 일입니다.

그러면 뭐든지 우선하여서 하나님을 찾고 마음을 내어놓으면 다 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내 안에서 주님이 싫어하시는 명백한 모습들은 먼저 버려야 합니다. 그 버릴 모습들은 기도의 응답으로서 바라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도의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기도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그런 자기 모습들에 대해 회개의 심령이 된다는 것입니다. 과연 어떤 모습들입니까?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은 오만함입니다: "오만한 자(the arrogant)가 주의 목전에 서지 못하리이다". 기도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것인데 고개를 치켜든 자가 어찌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낮추시는 손이 임할 뿐입니다.

또한 행악을 품거나 거짓을 품거나 '남을 죽일 마음을 하고 있거나' 속이는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오는 자는 하나님이 소리를 듣지 않으실 뿐만 아니라 그를 혐오하고 멸하십니다(5, 6절). 그런 태도로 하나님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을 멸시하는 것이요, 하나님을 죽은 신 취급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하나님께 나아갈 때는 바라볼 것이 오직 한 가지입니다. 바로 '주의 풍성한 인자(great mercy)'입니다. 어떤 사람도 자기 위치와 신분을 내세워 응당한 요구를 하나님께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는 '은혜 입은 의인'은 있어도 '자칭 의인'은 있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그 '의(義, righteouness)'도 사람에게서 난 의가 아니라 '주님의 의'입니다(8절). 그러하니 하나님 앞에는 '경외하는 모습' 이외에 다른 모습을 하고 설 수 없습니다.

원수를 대하는 하나님 백성의 자세

생각건대 바른 모습을 하고 하나님께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 때는 항상 간절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가장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경우는 '주님의 뜻을 따름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원수들'이 나타날 때입니다. 원수는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원수는 '주님으로 말미암아' 나를 대적하는 자입니다. 진리를 따라 바른 길을 살려할 때 넘어지게 하려는 자입니다. 이렇다 할 원수가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이 들면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진리를 따라 살려는 일이 없었던 것일 밖에요...! 　과연 원수를 맞아서는 어찌해야 합니까? '나의 모습'을 더 의롭고 더 강하게 나타내어 원수로 내게 수긍하게 만들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원수 앞에서 교만입니다. 대신 내 안에서 주의 모습이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주의 모습을 드러내는 시작은 기도입니다: "여호와여 나의 원수들을 인하여 주의 의로 나를 인도하시고 주의 길을 내 목전에 곧게 하소서"(8절). 무엇이 주의 의를 드러내는 것이고 주의 길을 곧게 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오직 주께 피하여 기도하면서 원수의 심판을 주께 맡기고(10절), 주의 보호를 바라며 주의 이름을 사랑스레 부르며 주를 인해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 후에는 기도 전에 모습보다 더 주의 은혜를 사모하며 사는 것입니다. 모든 상황에서 '주의 은혜'를 바라며 인내하는 자를 원수는 어찌하지 못합니다. 하나님은 그런 자를 방패로 함같이 '은혜'로 호위하십니다.

과연 하나님 백성의 위로와 힘은 '주의 은혜'에 있습니다. 자기의 능력을 여전히 의지하고 자기의 방편을 있는 대로 동원하여 삶을 꾸려 가는 자의 경우는 하나님의 방패 대신 자기 방패가 자기를 가리고 있는 격입니다. 얼마나 흠이 없고 얼마나 자신 있고 얼마나 능력이 있기에 자기 방패로 삶의 도전을 막는단 말입니까? 하나님도 배역한 세상이 어찌 사람 하나 죽이지 못하겠습니까! 입에 신실함이 없고 심중이 악하며 남 잡아먹으려고 입을 벌린 것이 무덤 같고 혀에는 아첨이 흘러나오는 그런 세상의 흐름을 무엇으로 막는다는 것입니까?(9절) '하나님의 방패' 밖에는 막을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고 그 은혜에 삶을 맡기는 것이 그 방패 아래 있는 길입니다. 어떤 순간이 닥치든지 '아침에' 주께 기도하고 바라는 삶... 바로 그 삶이 주의 방패에 숨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