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로 진리를 막는 사람들

17절에 나온 '하나님의 의'와는 달리 여기서는 '하나님의 진노'가 얘기되고 있다. 두 가지가 다 하나님으로부터 나타나며 현재형이다(17, 18절-is revealed).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드러난 '하나님의 의'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의 복음이 되었고, '불의로 진리를 막는 사람들'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기에 '하나님의 진노'는 아담 이후로 계속 현재 가운데 임한다. 

불의로 진리를 막는 행위를 18절은 '경건치 않음과 불의'라고 했다. 먼저 경건치 않다고 할 때 사람들은 쉽게 도덕적인 면을 떠올린다. 이는 '경건'을 이해하는 그들의 고정관념이다. 태도에 나타나는 것만 보고 그 태도를 그렇게 나타나게 한 그 중심의 생각은 무엇인지 유념하지 않은 결과이다. 겉모양은 그리스도인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태도를 좌우하는 것이 유교라면 그 신념을 따라 나타나는 것도 경건이라 하겠는가. 그들의 개념으로야 그것을 '경건'이라고 한다해도, 하나님 보시기엔 '회칠한 무덤'이다.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가 하나님이 보시는 기준이다. 

불의는 어떠한가. 그들의 고정관념 속에는 정의의 반대편에 불의가 있다. 그리고 '정의'를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그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옳은 기준'이다. 그 기준이란 게 작게는 사람들의 모임마다 다르고 크게는 나라마다 달라서 실로 애매한데도 사람들은 '정의'라는 슬로건 하에 불의를 내몰려 한다. 

그러나 성경은 '경건치 않음과 불의'를 정의하길 '불의로 진리를 막는 것'라고 했다. 그것은 도덕의 차원이 아니라 '진리와 맞서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미 '진리'를 안다는 전제가 암시되어 있다(21절: '하나님을 알되'). 그렇지 않고야 어찌 '진리를 막을 수' 있겠는가. 또한 이것은 적극적이다(25절). '불의'로 진리를 막는다는 것은 '그들의 생각'이 매우 뚜렷한 것을 보여준다. 스스로야 자기 생각을 '불의'라고 여길 자는 없겠으나 아무튼 아무 생각 없이 진리를 막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진노가 임할 때에 하나님은 사람의 태도를 낳게 하는 생각을 먼저 보시며, 그 생각이 자아내는 모든 태도를 심판하신다. 본문은 바로 진리를 막는 사람들의 '그 불의' 곧 '그들의 생각의 기준'이 어떠하며, 그것이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지혜 있다고 여기며 사는 자들의 삶

먼저 그들 속에는 하나님을 알만한 것이 보인다고 했다(19절a). 이것이 바로 그들이 진리를 몰랐다고 핑계할 수 없는 이유이고(20절), 또한 적극적으로 '진리를 막는' 동기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알만한 것을 이렇듯 그들에게 보이셨다(19절b). 하나님은 창세 이후로 당신을 나타내길 그치신 적이 없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나니"(20절). 창조 자체가 하나님을 드러낸 것인데 어찌 하나님의 모습이 숨겨져 있을 수 있는가. 사도행전 17:27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으로 하나님을 혹 더듬어 찾아 발견케 하려 하심이로되 그는 우리 각 사람에게서 멀리 떠나 계시지 아니하도다". 창조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의 표현이며, 그래서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의 신성(divinity)' 곧 '하나님은 누구인지(Who God is)'를 발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예수 그리스도를 거부하는 자들도 동일하게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을 부인하는 것인데, 왜냐하면 "예수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기"(골 2:9) 때문이다. 곧 하나님이 육신을 입으신 것은 그의 능력의 표현이며, 우리 눈으로 그의 충만한 신성을 보게 하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나님이 감추어진 것은 '사람들이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했기' 때문이다(28절). 왜 그들은 하나님을 모셔들이길 싫어했는가. 이유는 한 가지이다. 스스로 지혜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22절). 바로 아담과 하와가 범한 죄의 내용이다(창 3:5, 6). 이것이 온 인류가 아담 이후 지금까지 품고 있는 생각의 기준이다. 스스로를 지혜롭게 높였으니 그들 생각에 하나님은 마땅히 거부할 대상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금수와 버러지 형상의 우상으로 바꾸어 버리고, 스스로는 오히려 하나님처럼 높여 자기 삶의 '신'이 되어버렸다. 하나님의 우상화는 인간이 저지르는 불의의 대표적인 것이다.

또한 그들의 마음의 정욕은 하나님이 아닌 것을 향해서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그도 그럴 것이 위로 향한 방향을 거부했기에 어떤 방향으로든 수평으로는 욕망을 뻗칠 수 있는 만큼 내뻗는 것이다. 영을 거부한 그들에겐 '몸'이 삶의 전부이다. 하나님을 대해서는 우상으로 반응하고, 인간들을 대해서는 음욕으로 반응한다. 동성애는 인간의 음욕의 끝간데를 보여주는 것이다. 동성애는 하나님의 영원한 심판을 받는 것은 물론하고 그 전에라도 그 일에 상당한 보응을 스스로에게든 자손에게든 받는다(27절). 살을 맞대는 가장 가까운 인간의 관계가 순리대로가 아니라 역리대로 진행된다는 얘기는 창조의 가장 근본인 결혼의 파괴를 뜻한다. 이 세상 인간 질서의 가장 근본이 파괴된 상황이니 다른 것들이야 그 심함이 얼마나 하겠는가. 불의, 추악, 탐욕, 악의, 시기, 살인, 분쟁, 사기, 악독, 비방, 미움, 능욕, 교만, 자랑, 부모 거역, 우매, 배약, 무정, 무자비 등 입에 담기조차 더러운 것들이 버젓이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가운데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29-32절). 

이 모든 현상은 하나님께서 인간들이 하자는 대로 내버려두신 결과이다(24, 26, 28절).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 싶지 않았던 인간의 그 욕망을 그들 하자는 대로 내버려 둔 결과이다. 그런데 '네가 정녕 죽으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도 하와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었듯이, 인간들은 자기들의 그런 삶에 이미 죽음이 있다는 '하나님의 정하심'을 알고도 돌이키려 하기보다는 자기 욕망을 정당화시키고 집단화시켜서 하나님의 진리와 맞서는 스스로의 삶의 '기준'을 세웠고(32절), 그것으로 진리를 막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심판은 진리대로 된다(2:2). 하나님은 세상 백성을 당신의 '진리'로 판단하신다고 했다(시 96:13). 하나님의 진리로 판단 못할 것이 이 세상에는 없다. 의도 진리 대로요 심판도 진리 대로이다. 어느 누구도 진리를 몰랐다고 할 자가 없고, 하나님 앞에서 모두는 진리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위기는 '진리'를 타협하고 산다는 데에 있다. 또 진리를 부끄러워한다는 데에 있다. 세상이 세워 놓은 기준을 따라간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불의로 진리를 막는 자들의 조류를 함께 탈 순 없다. 하나님을 알면 그 아는 대로 나타내야 한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감사해야 한다. 다시 생각이 허망해질 순 없다. 아니, 그래서도 안 되고, 또 하나님의 백성은 그럴 수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은 그런 삶대로 내버려두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이다.

주님, 암울한 시대상입니다. 하나님을 알고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른다고 해도 핑계일 뿐 각 사람의 마음에는 하나님을 아는 것이 있음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자기들을 불쌍히 여겨달라고만 할 뿐, 하나님께 나오는 일은 주저하고 거부합니다. 주님, 혹 제 삶에 세상에 편승하여 살아가고 있는 부분은 없는 지 살피게 하시고, 주님 기뻐하지 않는 일은 그 모양이라도 버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진리대로 판단하시는 주님의 심판이 있는 것을 항상 기억케 하시고 제 삶의 순간 순간을 진리에 비추어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