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하나님의 의

'하나님의 의(義)'는 무엇인가. 적어도 21절(참조, 1:17)의 정황에서 답한다면 그것은 하나님 안에 담겨있는 어떤 개념이나 성품이기보다 '역사 가운데서 하나님 밖으로 표현되어진 하나님의 행하심'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1:17과 21절은 하나님의 의가 복음에(1:17) 또는 율법 외에(21절) '나타났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옛 시대의 율법의 범주에서는 결코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하나님의 역사였기 때문에 '율법 외에' 곧 율법의 범주 밖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의(義)이다. 하지만 율법을 폐하고 행해진 역사가 아니라 율법과 선지자들의 예언의 증거를 입증한 하나님의 의이다(21절). 그 하나님의 의는 곧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신 하나님의 구원사역' 바로 그것이다. 

그 의(義)가 미치는 범위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믿는 자'이다(22절). 그렇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아니고는 결코 하나님의 의 곧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사람에게 미칠 수 없다는 얘기인데... 왜 '믿음'으로 말미암아서만 하나님의 의가 사람에게 미치는 것일까. 그 답은 29, 30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님은 홀로 유대인의 하나님 뿐이시뇨 또 이방인의 하나님은 아니시뇨 진실로 이방인의 하나님도 되시느니라 할례자도 믿음으로 말미암아 또는 무할례자도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실 하나님은 한 분이시니라". 

믿음과 하나님의 의가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은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들'의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만약 하나님께서 '율법'으로만 접근될 수 있는 분이면 그 분은 '유대인'만의 하나님이다. 왜냐하면 다른 열방들은 유대인들이 가진 율법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공평한 처사가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스라엘 나라가 있기 이전에도 계셨던 분이며, 그 때에 하나님께 나아오는 방편은 다름 아닌 '믿음'이었다. 이스라엘 나라가 생기기 훨씬 이전에 살았던 '우르 땅 출신'의 아브라함에 대해서 창세기 15:6은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라고 했지 않았는가. 히브리서 11장은 구약 시대를 살았던 하나님의 의로운 백성들을 나열하면서 그들을 율법의 사람들로 말하지 않고 믿음의 선진들이라고 소개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믿음'은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께 나아갈 공평한 길이며, 이로써 하나님은 유대인들만의 하나님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하나님으로 사람들 앞에 존재하시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만 특별히 율법을 주신 것은 '그들을 매개체로 하여(출 19:6-제사장 나라)' 인간 세상에 죄가 무엇이며 거룩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시려는 것이었다(20절). 결코 율법이 구원의 유일한 길이라거나 혹 하나님이 유대인들만의 하나님이 되시기 위해 그리하신 것은 아니었다. 또한 하나님은 율법을 주셔서 '행위'로는 어느 누구도 온전케 되어 하나님께 나아올 수 없다는 사실(23절)을 유대인들을 통해 모든 세상에 알리고자 하셨고,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더욱 '믿음'으로 하나님께 나아오기를 원하셨다. 곧 율법의 역할은 사람들을 궁극적으로 '믿음'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믿음으로 말미암아 율법이 굳게 세워진다는 얘기는(31절) 사람들 안에 믿음이 생겨나는 것으로 인하여 율법이 온전한 자기 기능을 다하게 된다는 얘기이다. 그 믿음은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인데, 왜냐하면 율법은 예수 그리스도를 내다보고 있으며, 그 분을 통하지 않고는 완성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말씀과 인격에 충실하신 하나님

율법이 필연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내다보고 있다면, 그것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사실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당신이 세운 율법에 충실하여 예수의 피를 흘리셔야 하는 것과 둘째는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지은 죄를 일일이 다 심판치 않으시고 예수께 전가함으로써 그들의 '이전의 죄를 간과해 주셔야(left the sins committed beforehand unpunished)'(25절) 하는 것이다. 25절에서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 제물로 세우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길이 참으시는 중에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심으로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려 하심이니라"고 말한 것은 하나님께서 율법이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예수의 피도 흘려주시고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전에 지은 죄도 간과해 주심으로써 두 가지 전제를 충족하시어 당신 자신이 세운 율법에 충실하셨다는 사실을 증거한다. 

25절은 또한 이 두 가지 전제가 충족되는 것을 '하나님이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였다. 25절이 말하는 '하나님의 의로우심'은 21절의 '하나님의 의'와는 다른 개념이다. 21절의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요약해 주는 말인 반면 25절의 '의로우심'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당신의 인격에 충실하심(faithfulness)'을 묘사하는 말이다. 곧 말씀이라 함은 구약 율법이 담고 있는 메시아에 대한 증거와 약속들이요, 인격이라 함은 그 약속들을 신실하게 지키시는 하나님의 인격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의로우심 곧 당신의 말씀과 당신의 인격에 충실하신 하나님의 모습은 과거의 율법과만 관계하고 있지 않다. '영원한' 화목제물인 예수의 피가 흘려졌다는 것은 옛 율법에 대한 하나님의 의로우심만 나타낸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또한 예수 믿는 자를 의롭다 하시는 데에까지'(26절) 그 영향이 뻗어 나간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구속(救贖)사역으로 인하여 임한 축복을 받은 자들이다. 곧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들'이다(24절). 그런즉 자랑할 데가 어디에 있겠는가. 있을 수가 없다(27절). 오직 믿음의 원리(principle, 27절에는 '법'으로 번역됨)를 따라 의롭다하심을 얻을 뿐이다(27-28절). 결코 행위의 원리가 하나님 백성을 지배할 수 없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하나님 백성을 이끌어 가는 '원리'인 것이다.

주님, 행위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나마도 모자란 제가 행위를 가지고 구원을 받는다면 도대체 뭘 잘했다고 내세울 수 있을지 난감할 뿐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으로 저를 초대하셨고, 그 안에서 제 행위의 모든 허물의 죄를 간과해 주셨으며, 그리스도의 피로 저를 의롭다 하시어 하나님께로 받아주셨습니다. 주께서 당신의 하신 말씀과 인격에 충실하심이 있었기에 이러한 은혜를 받은 것입니다. 주님은 계속하여 제 삶의 원리가 당신의 말씀과 인격을 믿는 '믿음'이어야 하는 것을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또한 결코 제 자신으로 돌아가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께 머물러 있을 것을 깨우쳐 주십니다. 주님의 그러한 손길에 무감각하지 않게 하시고, 항상 '믿음'의 원리를 따라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갈 수 있게 도와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