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소식

천사 가브리엘은 정혼한 처녀 마리아에게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찌어다'라고 인사했다(28절). 과연 이것이 합당한 인사였을까. 정혼한 여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소식이 과연 은혜였으며, 평안한 소식이었을까.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할 때에 항상 풍요롭고 따뜻하며 충만하고 사랑스러운 하나님의 손길을 떠올린다. 그런데 가브리엘 천사의 전한 소식대로 마리아에게 아기가 생길 때에 결과적으로 일어날 일은 간음죄로 말미암은 돌로 쳐죽이는 사형이요 그렇지 않는다 해도 부모와 친구들로부터 수치와 경멸을 당하는 것이었다. 두려운 결과들이 기다리고 있을 뿐 어디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이 은혜일 수 있는가.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정의하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는 하나님의 주목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리아가 그랬듯이... 그리고 하나님이 주목하시고 있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짐으로 확증된다. 거꾸로 생각하면 하나님의 말씀이 임하는 것은 하나님의 시선이 내게 머물러 있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는 것은 말씀을 가까이 하여 읽고 묵상하고 간직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관심이 쏠려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나님의 은혜는 이처럼 말씀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씀은 번데기 장사의 돌림판에 김일성 눈깔을 맞추는 식으로 금방 득실의 결과를 잴 수 있는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니다. 말씀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여 우리 안에서 열매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장에 보기에는 차갑고 모자라고 빈약하게 보여도 그 말씀 안에는 하나님의 잠재력이 담겨 있다. 그러한 말씀이 내게 임하는 것은 내 인생이 현상적으로만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장기적인 인도하심에 이끌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은혜'가 아닌 것 같아도 그것은 상상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인 것이다.

하나님께 맡기는 삶

그러한 은혜를 받은 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도와 간구 가운데 자기의 모든 형편을 다 보자기에 싸서 하나님 앞에 맡겨 드리는 것이다. 그리하면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나님이 당신의 평강으로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신다. 그리고 그냥 지키시는 것이 아니라 '예수 안에서' 우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신다(빌 4:6-7). 왜 예수 안인가.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예수 그리스도의 오시는 소식 안에서 성취되기 시작하였고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하나님께 자신을 맡겼다. '주의 계집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38절). 마리아는 겸손함으로 자신을 열어드렸다. 하나님은 그녀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녀의 마음에 평강으로 화답하셨다. 그 하나님의 평강이 임했기에 마리아가 그 모든 일의 결과를 담대히 마음 속에 받아들이고 행동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그에게 들어가 이르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하니

- 누가복음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