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왜 열국 백성으로 나뉘었나? 그렇게 나뉜 것이 선교를 어렵게 하는 요인인가? 성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국 백성으로 나뉜 것은 죄의 결과이기도 했지만, 하나님의 의지를 확인해 준 사건이기도 했다. 하나님은 사람을 땅위에 편만케 하시려는 의지를 가지고 계셨다(창 1:28). 사람들이 바벨성으로부터 온 땅으로 흩어지게 된 것은 그러한 하나님의 의지와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었다(10:32). 하지만 아담이 범죄한 후에는 사람들이 흩어지기보다 그들이 한 곳에 있어서,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시고, 그들이 빨리 하나님께로 돌아오도록 하시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사도행전 17장 26, 27절은 하나님이 사람들로 하여금 온 땅에 살게 하신 이유가 그들이 하나님을 혹 더듬어 찾아 발견케 하려 하셨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이것은 앞의 생각을 뒤집는 역설적인 선포이다. 하나님이 사람들로 하나님을 발견하게 하려 하셨다면 그들을 한 곳에 모아두시고, 하나님이 그들 앞에 나타나시면 되셨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그 반대로 그들을 흩어 놓이시고 하나님을 찾게 만드셨다니 말이다. 성경은 그 이유가 하나님이 각 사람에게서 멀리 떠나 계시지 않는 분이시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멀리 흩어진다 해도 하나님은 언제나 그들 가까이 계시다는 말이다.

하나님이 흩어지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을 온 땅에 흩어버리신 더 근원적인 이유는 그들이 하나님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바를 고쳐주려 하셨기 때문이다. 아담을 보라. 그는 하나님이 어느 한 장소에 계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아담이 죄를 범한 후에 그가 하나님을 피해 숨었다는 사실이 그가 지녔던 하나님에 대한 생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예레미야를 통해서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나는 가까운데 하나님이요 먼데 하나님은 아니냐”(렘 23:23; 참조, 139:1-10). 하나님이 아담을 내어 쫓으신 것은 아담이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함께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하나님이 아담에게 온 땅에 충만하신 하나님의 임재를 가르쳐 주시려는 의지도 작용한 것이었다. 이로보건대 바벨성 사건은 사람들이 무소부재하신 하나님의 본질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한 것과도 같다.

이처럼 바벨성을 둘러싸고 일어난 여러 일들을, 특별히 선교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흩어짐을 면하자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은 그들이 하나님의 계획을 가로막으려고 모의한 범죄였다. 신명기 32장 8절을 보자. 여기에는 하나님이 땅 위에 열국을 나누시려고 계획하신 밑그림이 나온다: “지극히 높으신 자가 민족들에게 기업을 주실 때에, 인종을 나누실 때에 이스라엘 자손의 수효대로 백성들의 경계를 정하셨도다”. 열국의 수는 흩어져 나갈 수 있는 하나님의 백성의 수와 일치하며, 열국의 경계는 하나님의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께 받은 기업의 영역과 일치한다. 사람들이 흩어짐을 면하자고 한 것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들을 세워 온 천하에서 행하실 일을 가로막고, 모든 사람이 ‘우리 이름’이라는 기치 아래에 '땅 한 곳'을 차지하고서 하나님의 계획과 상관없는 세상을 세우려 한 것이었다. 이것은 땅을 향해 가지신 하나님의 창조 의도에 맞선 것이다. 하나님이 태초 전부터 하나님 백성 개개인에게 “줄로 재어준 아름다운 구역”(시 16:6)을 이미 설정해 놓으시고 땅을 창조하셨는데, 사람들은 자기들이 지정한 땅에서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움직이며 사는 그런 세상을 세우려 한 것이다.

둘째, 우리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우리의 관점을 점검해야 한다. 사람들은 바벨성을 쌓는 일을 아래에서 위로 보았다. 반대로 하나님은 그들이 쌓는 성과 대를 보시려고 위에서 아래로 강림하셨다(5절). 우리가 하나님의 시야로 볼 때 비로소 우리 눈에는 무엇이 잘못인지가 보인다. 사람들은 연합과 화평을 주장하며, 모든 사람이 그 아래로 모이길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화평한 분위기를 맞추고, 필요하면 무엇이라도 타협점을 찾아서 함께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참 연합과 화평일까?

화평의 참 모범은 우리 주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사람을 화평케 하려 하셨지만, 반면 복음이 위협받는 곳에서는 화평 대신 검을 주셨다. 예수님은 절대로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주지 않으셨다.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들이 ‘함께’ 하는 모든 일이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사랑과 평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위에서 아래를 보는 하나님의 시야를 가지고 모든 일을 살펴야 한다.

셋째,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하나님은 흩어진 자들을 모으신다고 약속하셨다(요 11:52). 인간의 언어로써가 아니라 “정결한 언어”로써 그렇게 하신다고 말씀하셨다(습 3:9-10). 지금 하나님은 교회에게 들려주시는 성령의 소리로써 그 일을 행하고 계신다. 교회는 그 성령의 소리를 들을 귀가 있어야 한다. 여전히 사람들의 언어만 있고, 하나님의 언어가 없다면 선교는 불가능하다. 선교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소리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닫으며...

바벨성은 무너져 내리지 않았고, 쌓다가 그쳐졌다. 인간들이 남기는 흔적은 다 이와 같다. 어느 것 하나 온전히 세워지는 것이 없고, 모두 하나님의 손으로 멈춰지고, 그다음 것으로 진행되었다. 이것이 인간사에 점철되어온 세상 모습이다. 때때로 지나온 뒤를 돌아보며 쌓다가 그쳐진 성들을 동경하는 사람들도 있을 터이나, 하나님이 그치게 한 역사를 다시 돌이켜 진행시킬 자는 아무도 없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기까지 ‘흩어진 인간의 현실’은 필연적으로 그 모습 그대로 일 것이다. 그들은 하나님이 본래 의도하셨던 대로 하나님 백성의 수를 따라 경계를 지어 살 것이다. 땅은 하나님 백성의 것이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땅을 빼앗는 세상 사람들의 경쟁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줄로 재어준 구역에서 충성하고 수고해야 한다. 자기 구역을 채우고, 다스리고, 정복해야 한다. 이것이 선교이다. 이것이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하나님 백성의 본분이다.

기도

주님, 사람들이 여러 언어를 사용하면서 흩어져 사는 것이 복음전파에 장애처럼 보이지만, 주님은 결코 복음에 장애될 일을 행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주님께서 본래 사람들을 흩으신 것은 주님의 복음을 더 확실히 전하려 하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어느 곳에라도 계실 수 있고, 또한 흩어져 사는 사람들 가운데서 주의 백성을 부르시는 주권이 주님께만 있습니다. 주님, 제 영역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쌓다가 그쳐진 바벨성이 제 인생에 없게 하시고, 항상 주님과 동행하면서 본향을 향해 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