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열납하시는 예배를 드리려면, 흠 없는 예물 한 마리를 드려야 한다. 하나님은 천천의 수양이나 만만의 강수 같은 기름을 기뻐하지 않으신다. 제사는 ‘예배자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해 있다’는 표현이다. 제사 자체가 마음이 아니다. 만약 마음 중심의 깊이가 제사에 비례한다면, 천천의 수양과 만만의 기름을 드려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원하시는 예물은 흠 없는 소 수컷 한 마리였다. 하나님은 흠 없는 예물 하나를 원하셨다.

흠 없는 한 마리의 소는 예배자의 마음을 그대로 반영한다. 예배자는 예물을 드리기 전에, 몇 마리를 드려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드릴 예물 하나를 세심히 살펴야 했다. 예물에 흠이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했다. 소는 야생동물이 아니라 가축이다. 하나님은 한 번도 들짐승을 제물로 요구하신 적이 없다. 산비둘기라고 번역된 ‘토르’라는 히브리어조차도 들짐승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토르는 유순하고 조용한 새로 알려져 있다. 다윗이 자신을 토르에 비유한 기도에서 이 단어는 멧비둘기로 번역되었다, “주의 멧비둘기의 생명을 들짐승에게 주지 마시며 주의 가난한 자의 목숨을 영영히 잊지 마소서”(시 74:19). 토르가 들짐승과 대조되어 있다.

이처럼 하나님께는 손길이 가지 않은, 사냥한 동물을 드릴 수 없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도 야생동물과 같이 한탕으로 번 재물을 하나님이 열납하실 헌금으로 드릴 수 없다. 자기의 손때가 묻고, 자기의 정성이 담긴 예물을 가지고 나아올 때 하나님은 그 많고 적음을 보시지 않고, 그 예물의 귀함을 주목하신다. 이러한 하나님의 마음을 아셨기에 예수님은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양이나 소를 성전에서 내어 쫓으셨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고 상을 엎으셨다.

또한 예배자는 예물을 회막 문에서 드려야 했다. 회막의 뜻은 만남의 장막이다. 우주를 지으신 하나님이 한 장소를 예비하여 그곳에 임하신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은혜이다.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다 채울 수 없는 그 하나님이 자신을 낮추어 한 장소로 임하시는데, 사람이 하나님의 임재를 무시하고 자기식대로 예배를 드린다면 하나님이 그 예물을 용납하시겠는가? 현대사회가 아무리 자유분방해졌어도, 하나님의 임재를 무시하고 자기 흥에 취해 예배를 드린다면 하나님이 받으시겠는가? 예배의 초점은 ‘우리’가 아니라 예배를 받으시는 하나님이시다. 예배는 반드시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드려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흠 없는 한 마리 소를 대신하여 영원한 제물이 되어주신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힘입어 하나님께 예배하러 나아갈 때 우리의 예배를 열납하신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하시기에, 예배 안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만나는 일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이 흠향하시는 예배가 되기 위해서 예배자는 예배에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했다. 하나님은 자기에게 나아온 자가 구경꾼으로 있기를 원치 않으셨다. 그래서 하나님께 나아온 자는 예배 예식을 진행할 때 자기가 가져온 예물을 손수 하나님께 드려야 했다. 수송아지를 잡는 일, 번제 희생의 가죽을 벗기는 일, 희생제물의 각을 뜨는 일, 내장과 정갱이를 물로 씻는 일 등, 이 예배 예식들은 모두가 예물을 드리려고 하나님 앞에 나아온 예배자가 해야 했다.

제사장은 단위에 불을 두고, 불 위에 나무를 벌여 놓고, 예물의 뜬 각과 머리와 기름을 제단 불 위에 있는 나무에 벌여 놓고, 그 전부를 단에 불사르는 일을 했다. 제사장은 준비 된 예물을 단지 하나님께 드리는 일을 했다. 번제로 드리는 일은 제사장의 책임이었지만, 그 예물이 향기로운 연기를 발하면서 하나님 앞에 피어오르기 위해서는 예배자의 헌신이 예물에 있어야 했다.

구약의 예배는 적극적인 행위였다. 예배자는 수동적으로 예배를 드릴 수 없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 이상 제사가 없지만, 구약의 예배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들의 예배에도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있다. 예배자를 찾으시는 하나님의 임재, 영원한 예물이 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받은 하나님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동적이고, 헌신적인 참여이다.

우리가 사랑하고 섬기는 하나님은 오늘도 예배자를 찾으시며, 자기 백성을 위한 희생 예물이 되신 그리스도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예배를 흠향하길 원하신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몸이 십자가 위에서 번제로 하나님께 드려졌고, 그 제사가 얼마나 향기로웠는지 알고 있는 자들이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여 하나님을 예배할 때, 하나님은 이 예배에 임재하시고, 이 예배를 열납하신다. 온 땅의 모든 하나님의 교회가 신령과 진정으로 언제나 이러한 예배를 하나님께 드리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