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은 의인이었다. 하지만 의인이라도 피조물의 한계를 가지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죽음을 방불케 하는 고난을 겪고 있는 욥은 인생에게 임하는 그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자기 처지 속에서 본다. 하나님께로 찾아가면 혹 위로를 받을까하여 창조자를 생각해보지만 하나님의 눈으로 보는 자기 처지는 더 처참하다. 하나님은 눈을 들어 모든 피조물을 살피신다(3절). 피조물에게 침 삼킬 순간도 주지 않으시고 각 인생을 주목하신다(7:19). 창조자에겐 갑작스러움이라는 게 없다. 그분에겐 닥치는 대로, 마구잡이로, 되는 대로가 없다. 그분의 주목하심은 치밀하시다. 그러하기에 창조자에겐 모든 피조물을 심문하실 정당한 이유가 있다(3절). 선함이 없는 인생이 어찌 그 창조자의 심문을 견딜 것인가?(4절) 더욱이 인생이 자기 시간이 아니라 창조자가 정하시고 제한하신 ‘주어진’ 시간을 사는 것인데 과연 창조자가 인생을 끝내려 하신다면 그 앞에서 소망을 가질 자가 누구이겠는가? 품꾼이 일을 끝내면 삯을 받고 그 일에서 놓여 자기 시간을 가지면서 쉴 수 있지만, 인생은 영원히 창조자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홀로서기가 없다(5절). 창조자의 심문을 받는 인생, 창조자의 시간 안에서 사는 인생! 욥은 모든 인류를 대변하여 항변한다: 주여, 인생이 끝나면, 그것으로 끝나게 하시고 자기 쉼을 가지게 하소서(5절). 그러나 이것은 처절한 피조물의 항변일 뿐 ‘현실’이 아니다. 모든 인생에겐 죽음이 기다리고 있고, 의인에게조차 그러하기에 창조자를 떠나 죽음 이후까지 소망을 지켜갈 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기한을 정하시고 나를 기억하옵소서

욥은 고통 가운데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 절벽에서 떨고 있다. 나무는 찍힐지라도 다시 움이 나서 연한 가지가 끊이지 아니하지만 사람은 죽으면 소멸된다는 것이 ‘부활을 모르는’ 욥의 생각이었다(7-12절). 그래서 그의 고백은 단 한 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주는 나를 음부에 감추시며 주의 진노가 쉴 때까지 나를 숨기시고 나를 위하여 기한을 정하시고 나를 기억하옵소서’(13절). 그는 철저히 창조자의 시간표 안에 자신을 맡기고 있으며(전 3:1), 창조자의 기억하심이 있는 곳에 자신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나를 기억하옵소서’라는 말은 ‘주의 생각 속에 나를 두소서’라는 의미이다. 창조자의 의지가 끊어진 자기에게는 아무 소망이 없다는 것이다. 주의 생각에서 멀어진 자는 죽은 존재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시간표 안에서 자신이 기억되는 것이 자신의 부활이라는 생각을 욥은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믿음의 고백인가!

사실 사람이 죽어서 다시 산다면야 지난 과거의 삶이 그런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욥은 고백한다. 사는 날을 참고 놓이기를 기다렸겠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 있었겠고, 또 하나님 편에서도 자기를 아껴 보셨을 것이라고 고백한다(14-15절). 하지만 이제는 죽음 밖에 생각할 것이 없으니, 음부에서라도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때 욥의 마음에 너무도 대조적이고 선명하게 떠오른 하나님의 모습이 있었다: ‘그러하온데 이제 주께서 나의 걸음을 세시오니...’(16절). 인생이 후회스러운 이 때에..., 죽음 이후에나 기억될 인생이 되길 소망하고 있는 이 때에..., 막연한 부활을 기대하고 있는 이 때에... 주님은 욥의 걸음을 세고 계신 주님으로 나타나신 것이다. 주님께는 욥이 후회하고 있는 과거가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의 죄가 어떠하든지 그것은 오히려 봉하고 싸매신다(17절). 창조자를 향해 자기를 기억해 달라면서 피조물의 본래 위치로 돌아온 욥에게 하나님은 ‘그의 걸음을 지금 세고 계신 주님’으로 나타나신 것이다. 주님이 걸음을 세시는 ‘지금’, 욥에겐 부활이 시작된 것이다. 하나님을 바라는 자에게 부활로 응답하시는 주님! 영원한 진행, 부활의 시간표가 시작된 욥! 욥은 죽음 이후에나 바라볼 막연한 부활이 아니라 생존 세계에서 확실하게 자기에게 임한 부활을 ‘지금 자기 걸음을 세고 주님의 모습 안에서’ 발견한 것이다.

메시지를 닫으며...

피조물은 창조자 안에서 영원한 존재를 가진다. 피조물의 시간은 창조자의 계획하심을 따라 흘러간다. 창조주 하나님은 우리에게 영원한 계획을 가지고 계시기에 우리의 삶은 또한 영원하다. 구원 받는 신앙에 머물지 말고, 부활의 신앙으로 도약하자. 주님은 지금 우리의 걸음을 세실 뿐만 아니라 영원히 우리의 삶을 진행시키실 것이다. 자기 시간표를 버리고 영원한 하나님의 시간표에 인생을 맡기자.

기도

주님, 감사합니다. 부활이 없는 삶은 마지막에 처참한 허무를 맞을 뿐입니다. 제게는 다시 살 소망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활을 우리에게 증거로 보여주신 예수님이 바로 제 구주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다시 살 소망을 주신 주님. 주님을 의지합니다. 항상 저를 기억하여 주세요. 주님의 생각 안에 항상 머물러 있는 제 모습이 되게 해 주시고, 또한 주님께서도 항상 주님의 생각에 저를 간직하세요. 고난은 짧고 사는 날은 영원한 인생이 되게 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