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말

‘외식’이란 이중 기준을 가진 자에게 나타난다. 그러한 자는 다른 사람의 상황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원리를 적용하면서 정작 자기의 상황은 예외로 만든다. 예외로 만들라치면 얼마나 자기를 포장하고 변명해야 하겠는가. 그래서 외식자에겐 부끄러움이 없고 오만과 자랑이 꽉차있다. 도무지 정함이 없다. 예수님 당시를 보면 주로 율법이 있는 사람들에게 외식이 있었다. 그들은 율법을 가지고 스스로를 지켜가기보다 남들을 더 정죄함으로써 자기 의를 드러내는 수단을 삼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한 마디로 ‘어떻게 하는가 보자’는 식이었다. 꼬투리가 잡힐 일이 보이면 분을 내어 군중의 여론을 모아 약자를 짓뭉개는 것이 그들의 특징이었다(14절).

사람들은 이 외식자들의 정죄를 꽤나 두려워했다. 외식자들의 삶이 결코 모범으로 따를 것이 아니었어도 감히 그들에게 뭐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들을 향해 한 마디 평(評)이라도 하면 백 마디의 견딜 수 없는 비방이 날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식자가 주위에 있으면 사람들은 눈치를 살피며 되도록 나서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예수님이 누구 눈치 보시면서 외식을 그냥 두실 분이신가. 옳은 일을 ‘그대로’ 행하는 분이 예수님이시다. 외식은 진리의 모양을 사람의 의(義)로 꾸민 것이기에 예수님이 외식자와 부딪치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들어가기를 구하여도 못하는 자가 많으리라

- 누가복음 13:24

안식일의 갈등

예수님께서 외식자들과 가장 많이 갈등을 빚으신 상황은 ‘안식일’이었다. 사실 외식자들의 대표인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죽일 의논을 시작한 것도 안식일 논쟁 때문이었다(막 3:6). 이 안식일은 ‘날 전체’가 율법이었다. 그러하니 외식자들로서는 얼마나 ‘기다려지는 날’이었겠는가. 본래 안식일은 엿새 동안의 일을 쉬고 하나님의 주시는 쉼을 누리면서 하나님의 주권을 삶에서 정규적으로 회복하고, 흩어져 사는 백성들이 모여서 예배 가운데 서로가 하나님의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누가 누구를 정죄하는 날이 결코 아니었다. 만일 안식일에 하나님의 주권을 무시하고, 인간의 수고를 앞세우며, 공동체를 멀리하는 자가 있다면 하나님의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는 한에서 안식일은 하나님 안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날이었다. 안식일은 그 날 자체가 이 땅에서 맛보는 하나님의 나라가 되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했는가? 안식일을 다스리는 법의 중심에는 하나님이 없고 대신 ‘노동법’이 있었다. 이것이 노동이냐 아니냐를 정의하는 온갖 세부 규정들이 사람을 오히려 쉬지 못하게 했고, 어떻게 하면 그 규정에 걸리지 않는 안식일을 보낼 수 있을까가 더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심지어 ‘구원하는 일’조차 노동의 테두리 안에서 ‘일’로 규정되어 ‘해서는 안 되는 일’로 못 박혀 있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하나님께서 동의하실 수 없는 것이었다(요 5:17). 하나님은 노동법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시며, 당신의 공의와 긍휼을 따라서 움직이신다.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일이면, 하나님의 마음과 손은 어느 때를 막론하고 분주해지신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외식하는 자들의 매서운 비판의 눈초리 가운데서도 십팔 년 동안 귀신들려 앓으며 꼬부라져 조금도 펴지 못하는 아브라함의 딸을 그 매인 바 된 데에서 풀어주신 이유이다(11, 16절). 외식자들은 자신의 이익이 걸리면 안식일이라 해도 소나 나귀를 먹이려고 그것을 이끌고 물로 나가는 일을 서슴지 않았으면서(15절) 사람의 곤경을 돌아보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태도를 가졌다(16절). 황급한 일이 아닌 이상 모든 일은 ‘노동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위급함을 생각할 때에 십팔 년 동안 병이 지속되었다는 그 한 가지 사실보다 더 위급한 일이 무엇이겠는가? 외식자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 기준은 이익이었다. 이익이 걸리지 않으면 모든 것은 위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님의 움직임의 기준은 ‘긍휼’이었다. 예수님에게는 긍휼을 베풀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위급한 상황이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고정 관념

외식자들의 외식을 만들어낸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18절에 ‘그러므로 가라사대 하나님의 나라가 무엇과 같을꼬...’(18절)로 시작하는 예수님의 말씀 안에 암시되어 있다. 예수님께서 유대인들의 외식과 하나님의 나라를 연결하신 것으로 보아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지니고 있었던 생각이 외식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나라로 생각했다. 그 나라에 들어올 자는 거룩해야 했고, 그 기준은 율법이었다. 유대인들로서 이러한 생각을 가진 것은 틀린 게 아니다. 문제는 그 율법을 거룩하게 보호하려고 수많은 세부 규정을 덧붙여서 정작 율법자체는 잃어버린 데에 있었다(눅 11:42).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하나님의 율법을 준수하려고 수백 개의 다른 조항들을 만들었고(눅 11:46), 이것들을 율법보다 더 중요시 여기면서 어기는 사람들을 철저히 정죄했다. 그 결과로 예수님이 ‘안식일의 주인’이신 데도 누구도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인 자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하나님의 나라’는 이렇듯 규정들이 모아진 철저한 율법의 나라였다. 율법 조항에 철저히 묶여 사는 ‘정상적인 유대인들’만 속할 수 있는 나라였다. 가난하거나 외롭거나 처지가 딱하거나 병들었거나 이방인이면 절대로 넘겨볼 수 없는 나라였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의 백성들은 이미 ‘거룩한 유대인들’로써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확장될 이유가 없었다. 율법과 혈통으로써 철저히 폐쇄된 나라였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두 가지로 비유하시면서 그들의 고정 관념을 깨뜨리셨다. 곧 그 나라는 반드시 확장될 것과 그 변화는 규정들이 아닌 내적 변화에 의해서 일어날 것임을 말씀하셨다.

새 개념의 하나님의 나라

먼저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사람이 채전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다고 하셨다(19절). 그리고 그것이 자라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고 하셨다. 겨자씨를 언급하신 것은 그 씨의 작음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막 4:31). 실제로 하나님의 나라의 시작은 지극히 작은 것에서 출발했다. 그것은 이스라엘에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실로 겨자씨에 비유될 수 있는 한 사람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했다(창 12:1-3; 갈 3:8). 그리고 그 목표는 ‘이스라엘’이 아니었다. ‘열방’ 민족이었다. 나무 가지에 깃들인 공중의 새들은 에스겔 17장 23절과 다니엘 4장 12절에서 땅의 나라들을 상징하고 있다. 그래서 겨자씨가 자라서 나무가 되고, 거기에 새들이 깃들였다는 것은 곧 하나님의 나라가 온 세상으로 확장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나라가 퍼져 나가는 가운데 한 과정일 뿐이지 결코 하나님 나라 자체가 아닌 것을 예수님은 말씀하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다고 하셨다(21절). 가루 서 말은 그 자체로 자기를 변화시킬 수 없다. 외부에서 들어온 누룩의 영향으로 변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스라엘이 만들어 놓은 자체 규정들로 인하여 거룩한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하나님으로부터 밖에서 안으로 주어질 때에만 그 나라는 거룩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더욱이 그 누룩은 반죽 속으로 들어가서 그것과 섞이어 그것을 안에서부터 밖으로 부풀리게 한다. 그리스도의 영향력이 먼저 사람들의 마음에 임하여 거기로부터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참조 눅 11:39-41). 그 일은 시끌벅적하게 일어나지 않고, 보이지 않게 조용히 일어난다. 유대인들이 자기들의 경건을 자랑하며 거룩함의 표시를 외적으로 보이려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백성들의 거룩한 표시는 하나님과의 보이지 않는 조용한 관계로부터 시작하여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 한 예가 마가복음 14장 3-9절에 나온다. 한 여인이 조용히 예수님의 머리에 값진 향유를 부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보란 듯이 그리한 것도 아니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로 그리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책망과 비판을 가하지만 예수님은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의 행한 일도 말하여 저를 기념하라고 하셨다. 이것이 바로 누룩이 가루 서 말의 반죽을 부풀리는 것과 같은 예이다. 비천한 한 여인의 사랑이 온 천하에 영향을 미치는 복음의 부분이 되었으니 말이다.

좁은 문

예수님의 여행은 계속되었고, 다니시는 곳마다 사람들을 가르치셨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실 때마다 ‘새롭게 정의된 하나님의 나라와 그 백성’의 얘기를 빼 놓지 않고 하셨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받아들였을 유대인들이 적었을 것이라는 것도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는 사실이다. 가르치심으로 인하여 사람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들이 그 가르침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많이 떠나기까지 했다(요 6:60, 66). 그래서도 제자들이 23절과 같이 질문한 것은 당연한 귀추였다: ‘주여 구원을 얻는 자가 적으니이까.’

예수님의 답은 적다 혹은 많다가 아니었다. 대신에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24절)는 말씀을 하셨다. 어떤 의미인가? ‘좁은 문’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마태복음 7장 13, 14절에도 좁은 문의 얘기가 나온다. 그곳에서 ‘좁은(NIV, small) 문’은 ‘큰 문’과 대조를 이룬다. 큰 문은 세상 사람들의 눈에 확 띄거나 별 생각 없이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문이다. 아무도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좁은 문은 소수만이 찾을 만큼 사람들의 이목에서 벗어나 있다. 이로 보건대 여기서 크다 또는 좁다는 것은 세상의 구미, 가치관, 생활 방식과 부합되어 있는 차이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을 함께 놓고 생각할 때에는 ‘크다 또는 좁다’의 의미가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복음서에서는 문이 한 번 닫히면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분명하게 밝혀져 있다(25절; 마 25:10). 여기서 문은 ‘시간의 제한 또는 기회의 끝’을 상징한다. 이것을 ‘크다 또는 작다’와 연결해서 생각해 볼 때 ‘큰 문’은 시간의 제한이 없고 무한대의 기회가 열려있는 상태를 말한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종말’의 개념이 없다. 홍수 전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있던 것처럼(마 24:38) 사람들의 삶이란 여전히 그 모양이다. 또 나이가 젊든 늙었든 기회만 주어지면 모두가 그것을 잡으려 한다. 인생의 날을 계수하는 지혜가 없다(시 90:12). 마냥 시간이 계속될 것처럼 보이고 마냥 기회가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니 누군들 그 문으로 들어가기를 꺼려하겠는가? 종말을 좋아할 사람이 없고, 기회가 끝나버리는 것을 받아들일 사람이 적으니 마지막 때가 되었다는 말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으며, 자기 십자가를 지라는 말을 달가워할 인생이 얼마나 되겠는가?

반면 ‘좁은 문’은 복음이 제시한 ‘시간제한’과 ‘그 제한된 시간에 합당한 책임 있는 삶’을 비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좁은 문은 인간 역사에 하나님이 열어 놓으신 시간제한이다. 그리고 그 문은 미래의 어느 순간이 아니라 ‘지금’ 열려있는 문이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열어 놓으신 이 구원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은 ‘지금’이 은혜 받을 만한 때요 ‘지금’이 구원의 날이기 때문이며, 지금이 지나면 영원히 그 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후 6:1, 2). 언젠가는 오늘의 ‘지금’이 더 이상 ‘지금’이 아닌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고 하셨다(24절). 노력을 통해 구원을 성취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제한된 시간에 대해서 전심(全心)의 태도를 가지라는 것이다. 마음이 세상에 반쯤 걸쳐져서는 결코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을 암시하신 것이다. 어떤 모습이 전형적으로 반쯤 나뉜 모습인가? 26절의 말씀 안에서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주 앞에서 먹고 마셨으며 주는 또한 우리 길거리에서 가르쳤나이다.’ 주님과 접촉은 있었고, 들은 것이 있는 자들의 모습이지만 주님이 그들을 알지 못한다고 하시게 될 이유는 그들이 주님과의 접촉이나 가르침이 요구하는 그 다음 스텝으로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교회에 나와서 하나님과의 접촉이 있고 설교를 들어서 가르침을 받기는 하나 도무지 그 다음 단계로 진행되면서 삶에서 변화되는 모습은 전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메시지를 귀로만 듣고 마음으로는 전혀 듣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같이 하는 깨달음도 없고, 받아들임도 없으며, 삶에서의 실제적 반응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주님이 정의하시는 ‘행악’이다(27절).

하나님이 정하신 시간이 끝나면 구원의 문은 닫힌다. 하나님께서는 그때서야 주님을 부르는 자를 오히려 떠나가라고 하신다(27절). 도무지 알지 못하는 자들이라고 하신다(25절). 실로 그들은 하나님의 지식의 한 부분이 되지 못한 자들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몸이 아닌 자들이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모른다고 하시는 것은 당연하다. 믿는 자들은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당신 자신을 부인하실 수 없듯이 믿는 백성들을 부인하실 수 없지만 그렇지 않는 자들은 그리스도의 몸 밖에 있고, 또 영원히 몸 밖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28절) 하나님께서 당신의 지식 안에 그들을 둘 이유가 없고, 당신의 몸으로 보실 까닭이 없는 것이다.

먼저와 나중

하나님의 지식 안에 담길 자들은 누구인가? 이스라엘인가? 물론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먼저 아신 자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먼저 택하심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한 ‘우선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지닌 특권은 이방인들을 하나님께 나올 수 있게 하려고 주어진 구원의 서막이다. 먼저 택함을 받은 사실은 역사의 시간적 진행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있어야 할 것이었지 결코 민족의 차등이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는 아니다. 그것을 모르고 계속 시간의 진행에서 조금 앞선 것으로 말미암아 우선권과 특권을 주장하는 것은 반드시 나중 되는 처지를 맞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30절).

하나님의 길을 우리 길과 비교할 수는 없다. 하나님께서 동서남북을 바라보고 계시는데(29절) 정작 사람이 자기 발 있는 곳만 보면서 세상을 읽어낼 수는 없다. 먼저 된 자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동서남북을 볼 수 있는 자들만이 결국은 계속 하나님의 나라에서의 특권을 지켜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자들이 바로 ‘선지자’(28절)이다. 이스라엘 가운데서 가장 먼저 있던 자들로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이 있다. 그들은 먼저 된 자들이었지만 여전히 그 우선된 지위를 누리는 자들이다. 예수님께서도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될 자도 있느니라’고 하셨지, 모두 다 나중 될 것이라고 말씀하지는 않으셨다(30절).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고 따르는 선조들인데 그들은 오히려 이스라엘과는 달리 열방을 향해 문을 열고 산 자들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의 이름을 모든 선지자들의 대표 격으로 제일 먼저 앞세우셨다(28절). 심지어 예수님조차 자신을 선지자의 반열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본다(33절). 예수님의 구원 사역이 땅 끝에서부터 당신의 백성을 부르시는 것이었기 때문에 예수님은 바로 하나님의 멀리 보시는 그 관점을 가지신 선지자이셨던 것이다. 이로 보건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를 힘쓰는 자들은 모두가 ‘선지자’로 정의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나라를 대하는 자들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나는 선지자인가?’이다.

선지자

‘나는 선지자인가?’란 질문에 답하기 전에 좀더 구체적으로 ‘누가 선지자인가?’를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나님의 동서남북을 본다는 것이 과연 어떤 뜻인가? 31-35절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데에 가장 적절한 예가 된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여기에서 자신을 선지자에 비교하셨고, 또한 우리는 그 예수님의 예를 따르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나와서 헤롯이 죽이려 한다는 위협을 전했다(31절).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걱정해서 그리 했을 리는 만무이다. 오히려 겁을 주어 예수님을 자기들 시야에서 떠나게 하려는 공산이 더 컸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예수님의 답은 무엇이었나? 32절과 33절은 보면 예수님은 헤롯을 여우라 불렀다. 그 당시 여우가 가지는 뉘앙스는 가치 없고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경멸의 단어였다. 누구를 향해 한을 품지 않으실 예수님께서 당대의 경멸의 언어를 서슴지 않고 쓰신 것을 보면 이미 헤롯은 하나님의 시야에서 심판받을 자로 작정된 자였음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겠는가?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의 진행을 막는 이스라엘의 심판과 동일한 것이다. 곧 선지자가 보는 것을 보지 못하는 완악한 자는 하나님의 적극적인 반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28절). 하나님이 모르는 자로 여겨질 자들은 이미 하나님의 경멸 가운데 처해있는 것이다.

그러한 헤롯에게 예수님은 당신의 선지자 되심의 분명한 모습을 답으로 제시하셨다: ‘오늘과 내일 내가 귀신을 쫓아내며 병을 낫게 하다가 제삼 일에는 완전하여지리라 하라 그러나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가 갈 길을 가야 하리니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느니라’(32, 33절). 예수님은 당신의 사명을 접을 분이 아니셨다. ‘나는 나의 일을 계속 하리라’는 것이 ‘오늘과 내일 내가 귀신을 쫓아내며 병을 잣게 하다가’의 의미이다. 지금까지 예수님의 사역이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거기에 굽힘이 없을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나 ‘제삼 일에는 완전하여지리라’는 말씀을 하신 것은 그 사역이 ‘무한정’이 아닌 것을 명백히 밝히신 것이다. 사역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정하신 때가 있고, 그 때가 이르기까지는 헤롯 아니라 누구라도 그것에 해를 가할 수 없으나 그 때가 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끝이 날 것을 분명하게 말씀하신 것이다. 하나님이 예수님을 위해서 ‘예루살렘’을 작정하셨기 때문에 그 예루살렘 밖에서는 예수님이 죽는 법이 있을 수 없다. 헤롯이나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죽음으로 위협하여 예루살렘 밖으로 좇아내려 했지만, 선지자이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미리 깨닫고 움직이는 분이셨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가 갈 길을 가야 하리라’고 말씀하셨고,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다’고 못박으신 것이다.

이것이 선지자의 자세이다. 하나님의 사명 때문에 오늘과 내일이 변함이 없으며, 그 배후에는 하나님의 작정하신 뜻이 있어서 그러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선지자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는 자의 전형이 선지자인 것이다. 하나님의 정하신 때를 마음에 두고 그 시간의 제한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하나님의 주신 일에 충성하려 하는 삶, 바로 이것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는 ‘하나님의 백성’의 온전한 모습인 것이다.

예루살렘의 태도 곧 예수님을 대하는 이스라엘 전체의 태도는 계속되는 반대였다. 이전에도 선지자들을 향해 계속 반대하고 거역했지만 끝내는 예수님께도 그리했다(34절). 그들이 완악함을 지속한 것은 하나님의 긍휼과 베푸심이 짧아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원치 않는 그들의 태도가 한 번도 변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황폐하여 버림을 당하게 될 이유는 ‘그들에게 하나님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더 이상 그들 가운데서 ‘산 자의 하나님’으로 계시지 않는다는 그 사실이 그들에게 멸망이 되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심판을 당해서야만 비로서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은 때늦은 것이다(35절).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를 찬송하리로다’는 영광의 선포 소리가 날 때에 비로소 하나님을 깨닫고 알아보는 것은 인간의 영원한 비극이다. 그런데 그러한 비극을 이스라엘은 ‘지금’ 이미 자기들 것으로 만들었고, 그래서 예수님을 자기들의 시야에서 없애려 했던 것이다.

닫는 말

하나님의 나라는 눈앞에서 제거한다고 제거되는 나라가 아니다. 그 나라를 선포하는 선지자들을 죽인다고 해서 없어질 나라가 아니다. 그 나라는 사람의 안쪽에서부터 개혁이 시작되는 나라이다. 그 나라의 영향력은 안에서 밖으로 뻗어나가는 것이기에 밖에서 안으로 짓누르려는 노력은 허사이다. 결국 외식자들은 허식의 율법과 지위를 지키려 하다가 공허한 최후를 맞을 것이지만 선지자들은 영광으로 변화하는 영원한 지위를 얻을 것이다. 아직은 좁은 문이 열려있다. 사람이 무엇을 힘써야 할지는 이미 자명한 사실로 제시되어 있다. 믿지 않는 자들은 힘써 들어가야 할 문을 ‘큰 문’에서 하나님의 ‘좁은 문’으로 바꿔야 할 것이며, 믿는 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향해 ‘나는 선지자인가?’란 질문을 던지면서 오늘과 내일과 모레의 삶에 흩뜨림이 없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한 날 우리 가운데 임하는 역사의 한 날을 맞이할 것을 확신한다.

기도

주님, 감사합니다. 외식의 탈을 벗게 해 주시고, 우리 안에서 성령의 감동과 만지심으로 말미암아 마음의 변화를 겪게 하시고, 하나님의 능력의 영향력이 제 삶에 미치어 저로 주님의 시간표를 보게 하여 주셔서 진실로 감사합니다. 좁은 문이 보이기에 저는 더욱 때를 아끼어 성실하게 삶에 임하길 원하며, 주님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길 원합니다. 날마다 제가 향해야 할 길을 확인하여 주시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 궁극적으로 매번의 발걸음을 띠시었듯이 제 삶의 궁극적인 목표인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서 제 걸음이 견고해 질 수 있게 해 주세요. 저를 선지자의 반열에 들게 하신 것에 또한 감사드립니다. 그 결과 제 눈이 항상 하나님을 알아볼 수 있게 해 주시고, 하나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주시고, 하나님의 동서남북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님, 선지자로서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게 해주시고, 어떠한 위협 앞에서도 굴하지 않게 해 주시며, 세상을 향해서 오늘과 내일과 모레의 제 행보를 분명하게 밝혀 보일 수 있는 제 모습이 될 수 있게 해 주세요. 제게 능력 주시는 주님 안에서 제가 모든 것을 감당해 낼 것을 확신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